삼봉산문화예술학교서 굿·마임·비보이 댄스 등 '다채'
11년째 꾸준히 성장해 자리매김

'으아, 어디까지 들어가는 거야?'

거창군 읍내를 지나쳐 한참이나 달렸지만, 여전히 인적 드문 첩첩산중을 지나고 있다. 5일 저녁 거창아시아1인극제가 열리는 거창군 고제면 삼봉산문화예술학교를 찾아가는 길이다. 이렇게 외딴곳에서 공연을 하면 관객이 찾아올까? 삼봉산문화예술학교라는 곳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다.

시골 동네 어귀에서 좌회전, 언덕을 오른다. 언덕을 지나면 곧 목적지다. 그런데 웬 차가 이렇게 많지? 행사장 입구는 물론 주변 길가에 차가 줄을 서 주차를 해 놨다. 결국, 행사장을 지나쳐 먼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돌아왔다.

행사장은 옛 쌍봉국민학교가 있던 자리다. 운동장 뒤편으로 백두대간 자락인 삼봉산이 우뚝하다. 삼봉산문화예술학교이면서 거창귀농학교, 생명두레문화교육원이 함께 들어서 있다.

5일 거창군 고제면 삼봉산문화예술학교에서 열린 거창아시아1인극제에서 서문정 만신이 작두굿을 하고 있다.

아시아1인극제 무대는 운동장에 세워졌다. 운동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이에서 어르신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한편에서는 사람들에게 국수와 막걸리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저녁 시간이기도 해서 제법 많은 이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고 있다. 음식을 나눠주는 분에게 도대체 어디서 이 많은 사람이 왔느냐고 물었다. 주변 동네에서도 오고, 저 멀리 거창읍에서도 온단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이 더욱 늘었다.

오후 7시가 조금 넘자 만신 서문정의 황해도 작두굿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만신은 한강 이북에서 신내림을 받은 무당을 말한다. 서문정 만신은 21살에 신내림을 받은 후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의 기능보유자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신 김금화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작두굿은 정말 강렬한 퍼포먼스였다. 칼과 작두를 들고 무대 위를 방방 뛰고, 작두 날에 맨발로 올라섰다. 그렇게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마임연기자 김봉석의 '밥상 아라리'도 인상 깊은 공연이다. 그는 밥상 하나만 덜렁 들고 무대에 올라왔다. 하지만, 그 밥상만으로 현대사의 애환을 압축해 잘 표현했다.

만석중 놀이와 비보이 컬래버레이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비보이 춤, 진도북춤과 처용무, 판소리는 상대적으로 얌전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만석중 놀이와 비보이의 컬래버레이션 '만석중 비보이와 날개를 달다'가 장식했다. 만석중 놀이는 거창아시아1인극제에서 매년 선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하는 전통 그림자극이다. 4일 저녁 정식으로 공연을 했고, 이날은 만석중 놀이 대중화를 위해 고민한 비보이와 협력 작업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아직은 묘하게 엉성한 느낌이지만, 잘 다듬고 완성해 오는 10월 정식 공연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모든 공연이 끝난 시간은 밤 10시 30분. 대부분 관객이 이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시아1인극제는 3일부터 5일까지 매일 저녁 공연 8~10편이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공연 시간은 3시간 이상, 길다면 긴 시간이다. 매 공연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했다.

이날은 일요일이라 그나마 관객이 적었다고 한다. 그래도 족히 200명은 넘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시아연극제를 거창에서 열기 시작한 지 11년째. 이제는 거창 여름밤을 장식하는 지역 축제로 잘 자리 잡은 듯하다.

판소리 남도민요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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