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8월 8일이 되면 검정고시 시험장에 마흔다섯 번째 가게 됩니다. 23년의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1988년 3월 경상대학교에 진학하여 공부하던 중 진주향토시민학교와 인연이 되었습니다. 대학 생활하면서 밤늦게 풀을 들고 상평공단 등지를 돌아다니며 진주향토시민학교 모집 광고를 전봇대에 붙였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근로 청소년 위주로 야학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적인 강의로 근로 청소년들이 배움을 통해 검정고시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졸리면서도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교실에 앉아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저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진주향토시민학교, 이곳에는 꿈이 있고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인연이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던 야학이었기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첫 제자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야학은 살아 숨 쉬는 배움의 공간이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전 야학을 통해 졸업하신 분들은 모두 대단하신 분들이고 그분들이 사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오시는 학우들은 1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2000년을 기점으로 학생들의 수는 증가하였고 그러다 보니 하루에 13시간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 순간에도 학우들을 위해 전 한 번도 학교를 빠지지 않고 그 수업을 했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주향토시민학교는 그렇게 상록수를 꿈꾸어 왔습니다. 젊음을 이곳에 바쳤고 저에게는 애정과 땀이 묻어 있는 공간입니다.

지금까지 1000명에 가까운 학우들이 학교를 거쳐 갔으며 743명의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하였습니다. 전국적으로 야학의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야학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배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아직도 계시기 때문입니다. 진주향토시민학교는 기적을 만드는 학교입니다. 2010년에는 학생 수가 12명으로 줄어 학교를 운영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늘 저에게 있었습니다. 배우지 못한 분들께 작은 꿈을 이루어 드리고 싶어 마음을 붙잡고 다시 학교를 운영해 왔습니다. 제가 걸어가는 길에 많은 학우가 동참하여 배움의 한을 푸셨으면 합니다.

고통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지역의 많은 늦깎이 학생들이 어두운 곳을 벗어나 밝은 빛으로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도전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몇 년 전부터는 한글을 모르는 분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받아쓰기를 제대로 하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행복합니다. 2017년과 2018년 경남 최고령 합격자를 배출한 진주향토시민학교의 꿈은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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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지금도 더위와 싸우며 배움의 전선에서 땀을 흘리는 제자들을 보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열심히 10여 일 남은 검정고시를 향해 수업을 듣고 계시는 제자들을 보며 한 순간 한 순간 밀려오는 희망을 느끼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제가 꿈꾸는 상록수가 쓰러지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큰 목소리로 교단에 섭니다.

제가 꿈꾸는 세상이 올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제자 여러분, 그리고 8월 검정고시를 향해 공부를 하고 있는 합격의 영광이 있기를 고대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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