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회원2구역 성신경로당 아직 할머니 20명 남아
조합·시, 대체 터 못 찾아…"함께할 곳 있었으면"

창원시가 마산회원구 회원2재개발구역 성신경로당 할매들의 근심 걱정을 덜어낼 수 있을까.

지난 4일 회원2 재개발구역에 들어서니 사람 사는 곳이라 볼 수 없는 동네만 남아 있다. 허름한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하모니카촌'은 이제 추억이 됐다. 무너진 건물 더미는 을씨년스러웠다.

재개발조합과 현금청산자 간 싸움은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3년 1월 10일 사업 시행 인가가 났지만, 주민 80여 명은 감정평가액이 적다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달 31일까지 퇴거 계고를 했지만 주민들은 "이렇게는 못 나간다"며 맞서고 있어 '강제집행'만 남았다.

성신경로당을 집같이 여기던 할머니들도 오갈 곳이 없게 된다. "몇십 년이나 함께 있던 곳이다. 정든 데라서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없다 아이가."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창원시 회원2구역 성신경로당 할머니들. /류민기 기자

조합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건 아니다. 성신경로당과 인근에 있던 또 다른 경로당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할 곳을 찾아 거처를 옮길 것을 제안했지만 할머니들이 사용해야 할 방이 작을뿐더러 바깥으로 나가서 화장실을 쓰는 게 불편하다. '두 집 살림'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다른 경로당으로 옮기는 것은 없던 일이 됐다. 조합도 사업을 늦출 수 없는 상황. 창원시 소유의 땅에 지어졌던 건물이라 경로당 내 물품값만 계산해서 공탁금 1494만 5000원을 법원에 걸었다. 그 돈으로 할머니들이 지낼 장소를 마련해달라는 뜻을 창원시에 전달했다.

함께 밥 해먹고 이야기하며 10원짜리 화투치는 게 즐거움이라는 할머니들이 바라는 건 '함께할 수 있는 곳'이다. 공간만 마련해준다면 경로당을 떠날 수 있다. 창원시와 조합이 함께 잘 해결하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눈여겨봐 둔 장소가 있느냐고 물었다. "(마산재건교회 인근) 철둑 길에 공간이 있다. 시장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거기만 비어 있는 기라. 거기다 화장실 있고 물이라도 나오는 공간을 지어주면 좋겠다."

앞서 창원시 노인장애인과에 확인한 결과, 시에서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시 담당자는 경로당 신축 예산을 추경에 반영하려고 기획예산실에 요구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시·도의원들도 추경에 반영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우후죽순 재개발이 시작된 마산지역에는 많은 이들이 진통을 겪고 있다. 재개발사업이 진행된 구역은 18군, 이 중 5개 구역은 주민 반대가 거세 정비구역에서 해제됐으며, 1개 구역은 소송으로 조합 설립이 취소됐다.

아파트를 짓기 위한 '강제집행' 절차만 남은 회원2구역. 이곳에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다. 성신경로당을 오가는 20명의 할머니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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