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과 먼 횡단보도
"보행자 무단횡단 충동 느껴"
지난달 사고로 10대 2명 사상
경찰, 구청에 중앙분리대 권유
"횡단보도 추가해 사고 예방을"

잦은 무단횡단이 일어나는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까치아파트 삼거리를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5분께 까치아파트 삼거리 앞 왕복 6차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10대 2명이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주택가 쪽 버스정류장에서 대각선 맞은편 정류장 쪽으로 도로를 건너다 변을 당했다. 이날 사고로 ㄱ(17) 군은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고, ㄴ(16) 군은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문제가 되는 것은 까치아파트 삼거리 다리 쪽에 횡단보도가 있지만 버스정류장과 떨어져 있어 무단횡단이 잦은 곳이라는 점이다. 창원서부서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이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6일 오전, 오후 까치아파트 삼거리를 살펴보니 심심찮게 무단횡단을 하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2시간 가까이 관찰했더니 8명이나 무단횡단을 했다.

까치아파트 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이모(26) 씨는 "잘못을 모르는 건 아닌데 버스를 놓치면 또 몇 분을 기다려야 하니 무단횡단을 하게 됐다"며 "며칠 전 사고가 난 것도 알고 있다. 그때는 밤이니까 운전자도 인지하기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낮이니 좀 더 조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까치아파트 삼거리. 한 학생이 횡단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오현자(59·의창구 봉곡동) 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단횡단 하는 사람이 많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차가 좀 없다싶으면 뛰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했다.

창원시 의창구청과 창원서부경찰서도 까치아파트 삼거리 사고 후 현장을 조사했다. 창원서부경찰서는 의창구청에 중앙분리대 설치 의견을 냈고, 구청도 중앙분리대 설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의창구청은 무단횡단이 일어나는 것은 이 도로가 구조상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라고 했다.

의창구청 관계자는 "까치아파트 삼거리 도로는 도시계획상 대로급 도로로 설치한 구간이라는 점에서 도로구조 때문에 무단횡단이 잦거나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횡단보도 위치가 무단횡단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이 도로는 횡단보도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거리가 다소 긴 편이다.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소 간 거리가 길어 가로지르다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과속카메라 설치, 버스정류소 이동, 버스정류소 사이 횡단보도 추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이 도로 위험성을 인지하고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등을 제기해온 시민 강창원 씨는 "사람들은 최단거리로 가려는 심리가 있다. 버스정류장이 사선으로 보이니 대로를 가로질러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삼거리 옆 횡단보도는 보행자보다 운전자를 위한 횡단보도로 볼 수 있다"면서 "횡단보도를 하나 더 추가해 무단횡단을 예방했으면 한다. 또 과속카메라 설치로 속도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 신호체계를 동시신호로 바꾼다면 사고율도 줄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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