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인근 바다로 시퍼런 물
지난 3월부터 철강슬래그 매립
어민 치어 떼죽음 피해 하소연
사업자·시 "인과 관계 불명확"

거제시 둔덕면 수만 평 농지조성 현장에 철강 찌꺼기를 대규모로 매립하자 이곳에서 시퍼런 침출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어민들이 공포스러워 하고 있다. 어민들은 이 침출수를 "철강슬래그 속에 있던 석회 성분이 물을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킨 수산화칼슘"으로 의심한다.

어민들은 이 침출수가 바다로 흘러들면서 pH(수소이온농도·중성 7)가 급격히 증가해 양식 배양장 치어 수백만 마리가 떼죽음 당했고, 해삼 치어 등이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매립 사업자와 거제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장소는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 658-5번지 일원 '농지 조성사업' 현장과 인근 바다다. 사업비 70억 원을 들이는 이 공사는 지난해 2월 공사를 시작해 내년 1월 완공예정이다. 하지만 사업자는 매립 70%가 진행된 상황에서 공사비 지급 문제로 공사를 중단했다.

사업자는 바다를 메워 7만 6000㎡(2만 1500평) 정도 농지조성 후 공간을 축제 현장으로 빌려주거나 채소 등 농산물을 생산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민들은 "사업자는 지난 3월부터 한 제철소에서 바지선으로 대규모 철강슬래그를 싣고 와 수개월 동안 9만 4000㎥ 정도를 매립했다. 이 정도 분량은 25t 덤프트럭이 1회 18㎥ 정도를 실을 경우 약 5000대 분량이다. 하지만 매립 후 침출수가 흘러나와 둔덕면 앞바다로 흘러들었다. 이 물을 양식배양장이 쓰면서 치어나 종묘 수백만 마리가 비가 올 때 떼죽음 당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거제시 둔덕면 농지조성공사 현장에 보이는 침출수. 어민들은 매립 부분 가까이에 있는 푸른 물 색깔이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민들은 이 물을 철강슬래그에서 나온 침출수로 보고 있다. /독자

둔덕면 한 어민은 "종묘 배양장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고 매립장과 600m 정도 떨어진 곳 바닷물을 퍼올려 사용하고 있다"며 "3월부터 말쥐치 수정란을 입식해 6월 말까지 생산하지만 올해는 6번을 넣었고 6번 모두 죽었다. 치어는 민감해 피해가 빨리 나타나지만 둔덕면 가두리양식장 어류는 언제 어떻게 피해가 드러날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삼 치어를 기르는 또 다른 어민은 "매립지에서 나온 물을 검사하면 pH가 10 이상이 나온다. 어류는 pH에 굉장히 민감해 이 정도면 생존이 어렵다. 해삼 치어를 부화시키지 못해 현재 사업 중단 상태다. 비가 오면 배수를 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막아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지 매립 사업자는 법적·환경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매립했다가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사업자는 "아파트 현장과 같이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이 아니고 단순 매립하는 공사다. 큰돈을 버는 사업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침출수 문제에 대해 1개월 전부터 한 대학이 조사를 하고 있었지만 어민들이 믿지 못하겠다며 다른 기관을 통해 용역을 하자고 한다. 안할 수도 없고 저희가 약자다. 어민들은 피해가 심하다고 하는데 명확히 밝혀진 건 없다. 9만 ㎥를 매립했지만 나머지는 일반 흙을 매립했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철강슬래그 매립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하지만 "염려가 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철강슬래그가 광양제철소에서 나온 골재로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라 성토나 복토용으로 쓸 수 있다. 경남환경보건연구원에 의뢰한 수질검사 결과 사업장 내에서는 해양환경수질기준 8.5보다 pH가 높지만 수질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슬래그를 매립한 순천만도 문제없는 것으로 안다. 피해는 용역을 해봐야 알 수 있고, 어민 피해 주장에 대해선 염려가 된다. 어민 입장에서 이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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