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출범 41일만에 소환…댓글·인사청탁·선거 의혹 전면 부인
허 특검 면담 없이 9층 영상녹화 조사실 직행…밤샘 조사 전망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지난 4월 중순 그가 드루킹의 범행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뒤 약 넉 달 만이다.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주목하는 이 날 소환 조사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특검 1차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검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강남역 인근 특검 사무실로 김 지사를 소환해 그의 컴퓨터 장애 등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27일 특검팀이 출범한 지 41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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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40일간의 수사 끝에 6일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공작 공범으로 소환 조사한다. / 연합뉴스

소환 예정 시간보다 약 5분 일찍 특검에 도착한 김 지사는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면서 댓글조작 공모 의혹, 인사청탁 및 불법선거 의혹 등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른바 '킹크랩 시연회'를 본 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드루킹에게 6·13 지방선거 도움을 요청했다는 의혹, 센다이 총영사 등을 역제안했다는 의혹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특검도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 특검이 아니라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돼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며 특검을 겨냥해 각을 세우기도 했다.

김 지사는 허 특검과의 면담 등 별도 절차 없이 곧바로 특검 건물 9층에 마련된 영상녹화 조사실에서 신문에 들어갔다.

▲ 김경수, '드루킹 댓글 공범' 혐의로 특검 소환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지사 측의 동의에 따라 그의 진술은 모두 카메라에 담겨 저장된다. 특검 수뇌부는 조사 영상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이른바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고 댓글조작을 지시 내지 묵인했다고 보고 있다. 킹크랩은 드루킹 일당이 댓글조작에 동원한 프로그램이다.

또 2017년 12월 드루킹에게 일본지역 고위 외교공무원직을 대가로 6·13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느릅나무 출판사 등에서 드루킹에게 '선플 운동을 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뿐 불법 댓글조작 사실은 몰랐다고 반박한다.

공직을 제시하며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당시 정치지형이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억지 논리라고 주장한다.

현재 김 지사의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의 존재가 불분명한 상황이라 이날 조사는 결국 쉽게 풀리지 않는 진실공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는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김 지사의 정치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검 측은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선거법 위반 의혹 외에도 물어볼 사안이 많다"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에 따라 특검이 김 지사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이날 조사에서 처음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김 지사가 경남 도정을 이유로 재소환을 꺼리는 만큼 이날 조사는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밤샘 조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김 지사의 진술이 그간의 조사내용과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해 신병 확보에 나서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 방현덕 강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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