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세계선수권 선전, 남녀 개인전서 1위 기대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을 모두 치러 최강자를 가리는 근대5종은 그야말로 '만능 스포츠맨'의 종목이다.

역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선 헝가리나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특히 좋은 성적을 올렸고, 독일이나 영국까지 유럽의 강세가 뚜렷하다.

아직 올림픽 메달은 없으나 아시아의 강국인 한국은 최근 세계무대에서 정상급 기량을 뽐내는 '황금세대'의 등장으로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며 어느 때보다 큰 메달 꿈을 부풀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진화(29·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한국 선수 최초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고, 남자 계주에서 전웅태(23·한국체대)와 황우진(28·광주시청)이 2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에서는 이지훈(23·제주특별자치도청), 전웅태가 연이어 우승했고, 파이널에서 정진화와 전웅태가 금·은메달을 휩쓸었다. 여자부에서도 김선우(22·한국체대)가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걸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이런 위상을 재확인할 기회로 여겨진다.

정진화가 다음 달 초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집중하면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월드컵 랭킹 1위 전웅태가 나선다.

문경에서 훈련 중인 전웅태는 "올해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그대로만 가자는 마음"이라면서 "대표팀 전체가 좋은 분위기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꼽은 최근 성장의 원동력은 2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다.

리우 올림픽 때 정진화와 사상 첫 메달 사냥에 나섰던 전웅태는 복합경기(사격+육상)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우고도 최종 성적은 19위에 자리했다.

"그때의 자세나 제 경기를 생각해보니 부끄럽더라. 단 한 번의 도전에 메달을 따겠다고 욕심을 내고 경솔했다"고 떠올린 그는 "마음을 컨트롤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진화 형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모두에게 큰 자극이 됐다. 동계훈련을 특히 열심히 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종목이던 펜싱과 승마를 더 다듬은 것이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좋은 기운 속에 맞이하는 아시안게임은 그에게 올림픽 메달이라는 큰 목표로 가는 길목의 '작은 목표'이자 '황금세대'가 꽃을 피울 발판이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 개인전만 열리는데, 한국은 내심 모두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남자 개인전 금메달은 2002년 부산 대회 김미섭 이후 두 차례 중국이 가져갔다.

전웅태는 "변수가 큰 만큼 결과를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큰 실수만 없다면 저든 (이)지훈이든 한국이 금메달을 가져오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카자흐스탄, 중국 등을 주요 경쟁국으로 꼽은 그는 "선수들의 실력 차가 뚜렷해 펜싱에서부터 잡아야 할 경기를 확실히 잡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웅태는 자신의 성적만큼이나 동갑내기인 펜싱 대표 박상영(23·울산광역시청)의 선전도 기원했다.

근대5종 펜싱이 에페 종목으로 진행되다 보니 연습경기 등을 통해 가까워진 둘은 각자 훈련지에 있으면서도 통화로 안부를 묻곤 한다.

"주로 제가 만나자고 조르는데, 그 친구가 시간이 없어서 잘 안 만나주더라"고 농담한 전웅태는 "이번에 상영이가 한 건 할 것 같다. 같이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와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고 응원을 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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