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내 축구동아리에서 모처럼(?) 친선경기를 추진했다. '이 무더위에 축구는 무슨 축구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축구를 향한 열정은 그보다 컸다. 경기 당일. 기대 반, 걱정 반을 품고 경기장에 들어선 지 10분쯤 되었을까. 당장에라도 그늘로 뛰쳐나가고픈 욕구가 치솟더니 '죽겠다'는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제발 끝나라는 기도를 몇 번이나 올리고. 꾸역꾸역 모든 경기를 마치고 나서, 패배 아픔도 잊은 채 되뇐 건 한가지뿐이었다. '아, 이 더위에는 운동하는 거 아니다.'

사서 고생으로 얻은 깨달음이 존경심으로 바뀐 건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불볕더위와 싸우며 하루를 보내는, 가까이는 다음 달 멀게는 10월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도내 선수들 소식을 접하면서다. 자신 목표를 실현하고자 트랙 위에서, 강에서, 경기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그들에게 무더위는 '불편함일 뿐 멈춤'은 아니었다. 볕이 너무 심하면 그늘을 찾아 뛰었고 오후 일정을 새벽으로 옮겨 훈련을 이어갔다. 강원도로 전지훈련을 떠나거나 영화 관람으로 운동·더위 스트레스를 덜었다. 체력보다는 전술 훈련 비중을 높이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화해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했다. 정말 괜찮으냐는 기자 질문에 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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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죠. 매일같이 더위와의 싸움이고요. 하지만 더위가 1년 내내 전국대회만을 바라본 선수들을 멈출 순 없죠. 그게 일인걸요. 그만큼 절실하기도 하고."

돌이켜 보면 비단 운동선수뿐일까 싶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 날씨지만 많은 이들이 어김없이 제 일터로 향한다. 2018 여름대회가 있다면,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이 '금메달리스트'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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