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사계절 내내 건설현장을 방문하여 현장노동자를 만난다. 그리고 안전에 대해 상담하고 컨설팅을 한다. 요즘의 현장에선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건 '사투'라는 말도 무색할 지경이다. 지옥불이 있다지만 어디 이만한 지옥불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폭염 속에서 격심한 육체노동을 하고 있다. 폭염이 심한 낮 시간대에는 작업을 중지하거나 덜 더운 시간대에 작업을 하도록 지도하고 권고하지만 촉박한 공기와 후속 공정 대기로 인해 어느덧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노동자도 일용직 노임을 받기 때문에 여름 내내 쉴 수 없지 않느냐며 항변한다.

그들도 이런저런 말 못 할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고 노동을 하지만 항상 두렵다고 한다.

그렇게 영세현장에는 말 못 할 애환이 많다. 최근 불명예스럽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최상위권에 있다. 지난 통계이지만 작년 노동절, 유럽연합의 공식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가 EU의 산업재해 관련 자료를 보면 2014년 한 해 동안 EU 28개 회원국 일터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모두 334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같은 해 한국(1개국) 산재 사망 현황은 1850명으로 집계되었다. EU는 노동자 10만 명당 2.3명이 사망했고 한국은 노동자 10만 명당 10.8이 사망했다. 우리나라가 EU보다 5배 높다는 말이 된다. 작년의 통계를 보면 사망자 수 1957명(사고 964명, 질병 993명) 재해자 수 8만 9848명(사고 8만 665명, 질병 9183명)으로 여전히 높다. 특히 사고사망자 964명 중 건설업이 506명으로 52.5%를 차지한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규모별로는 5~49인 사업장(444명, 46.1%),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근로자(341명, 35.4%), 재해유형별로는 떨어짐(366명, 38.0%)이 가장 많이 발생하여, 소규모사업장에서 60세 이상의 고령의 근로자가 추락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노동자가 계속해서 생명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전 불감증이라고 비난만 해서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제5조(사업주 등의 의무) ① 사업주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이행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시키는 한편,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시책에 따라야 한다"라고 명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업주가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그 즉시 위험에 노출되어 사고가 발생하고 재해를 당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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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A.H 매슬로는 그의 동기부여론에서 인간의 욕구 5단계설을 주장했다. 인간의 욕구를 가장 본능적인 생리적 욕구(의식주 생활에 관한 욕구)와 안전 욕구(신체적, 정서적 안전추구) 그리고 단체에 소속되어 소속감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 마지막으로 자아실현의 욕구 등 5단계로 구분하였으며 이는 하위단계의 욕구가 실현되었을 때 점차 상위욕구로 나아간다는 이론이다. 역설적으로 취약계층의 노동자일수록 생존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슬픈 현실을 생각해본다. 절대 안 될 말이다.

이제 누가 나서야 하는가를 곱새겨 볼 일이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최상위로 하는 안전문화, 이것은 어느 한 사람의 의지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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