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고 잇따라 경남서 상반기만 9명 목숨 잃어
"영세 작업장 감독 강화·불법 하도급 근절 시급"

최근 경남지역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시설 점검 등 사고를 막기 위한 대비책이 절실하다.

◇끊이지 않는 추락사고 = 지난 1일 창원시 진해구 호텔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작업장 개구부에 빠져 7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앞서 지난 7월 25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한 제조업체에서 2m 높이 작업대에서 일하던 60대가 추락해 숨졌다.

특히 폭염에 건설노동자들이 사고에 노출돼 있다. 지난 7월 24일 낮 12시 50분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공장에서 지붕 교체 작업을 하던 40대, 25일 오후 1시 44분 양산에서 한 고등학교 기숙사 외벽 공사를 하던 50대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추락은 사망'이라며 건설업 추락사고 예방을 강조했지만, 추락 사고는 이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지난 2014년 434명, 2015년 437명, 2016년 499명으로 늘었다. 2016년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969명) 중 건설업 사고 사망자(499명) 비율은 51.5%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특히, 건설업 사고 사망 최다 발생 형태는 추락이 56.3%(281명)나 된다.

고용노동부는 건설업 추락 사망자가 2015년 257명, 2016년 281명, 2017년 276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경남지역은 2015년 25명, 2016년 24명, 2017년 19명, 2018년 상반기(6월 말 기준) 9명이 건설업 추락 사고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도 안전사고를 키우는 한 요인이다. 이와 관련,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 이행을 촉구했었다.

산안법 24조(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는 '사업주는 노동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에 적절하게 휴식하도록'하고, 고용노동부 가이드는 폭염 단계마다 작업을 제한, 중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폭염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건설노조가 지난달 20일부터 이틀간 조합원 23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8.4%가 폭염으로 본인이나 동료가 실신하는 등 이상징후를 보인 적이 있다고 했다. 특히 정부 대책에 따르면 폭염경보 발령 시 오후 2~5시 사이에는 옥외작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85.5%가 '중단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추락사고 줄이려면 = 고용노동부는 최근 영세 작업장에서 추락 사망 사고가 이어져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배기안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과장은 "창원에서 발생한 추락 재해는 공사금액으로 보면 5000만∼6000만 원으로 영세한 작업장이다. 안전보건공단에서 그런 현장을 찾아다니며 지도하는 안전 지킴이가 있다. 관내 건설현장이 1만여 곳이다. 지도 감독자들이 최대한 작업 현장을 더 많이 찾아서 작업발판, 안전난간 등 추락방지 시설 설치 등을 강조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불법 하도급을 막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건설공사가 불법 하도급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팀 단위로 완수해야 하는 물량이 많다. 이 때문에 서둘러 작업을 해야 하기에 안전에 소홀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구조적으로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현장 가설 구조물(비계) 추락 사고가 잦은데, 영세 사업장에서 건축물에 맞게 설계돼 사고 예방이 가능한 시스템 비계를 설치할 수 있게 지원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추락 예방 시설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스웨덴 등 외국 건설현장과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차이가 크다. 외국 임시구조물(비계)은 촘촘하고, 이중, 삼중으로 보호돼 있다. 추락 재해는 전근대적이다. 폭염 속에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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