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 붙인 책꽂이·커튼…"상품-작품 경계 흐리고파"

갤러리가 '쇼룸'이 됐다.

김해 휴갤러리, 커다란 진열장과 샹들리에가 들어서 있다. 의자와 탁자, 러그, 커튼, 화분까지 마치 가구 매장 같다. 더군다나 모든 물건마다 '이케아' 가격표가 붙여져 있다.

김해의 작은 갤러리가 저렴하면서 특유의 디자인으로 인기를 끄는 이케아 매장으로 바뀐 것일까.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SEEISM(씨즘)'이라는 가격표가 곳곳에 보인다. 상품 설명도 예사롭지 않다. 아니다. 작품이다.

휴갤러리가 '씨즘 쇼룸'전을 열었다. 박지원, 이지영, 이화신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SEEISM(씨즘)이라는 아티스트 그룹으로 활동하는 20대 작가들이다. 순수예술이 상업공간에서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 실험하며 새로운 결합을 제안한다.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작품을 상품처럼 진열해놓고 공간의 정체성을 새롭게 부여하고 있다.

가구매장 같은 '씨즘 쇼룸'전. /이미지 기자

휴갤러리도 기존 화이트 큐브를 벗고 진한 청색을 입었다. 상품과 작품을 쉽게 구별할 수 없는 씨즘 쇼룸전을 위해 갤러리의 위엄을 내려놓았다.

이제 관객들은 가격표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상품과 작품을 관람할 것이다. 그러곤 진열장에 놓인 많은 종이배(우레탄)와 그림 2점, 삼각뿔 모형의 장식용품 등이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이지영 작가는 "이케아가 매장에서 물건을 팔듯 우리도 갤러리에서 작품을 판다. 상품과 작품의 경계를 흐리고 싶어 기성품 같은 조각을 내놓았다"며 "우리는 많은 이들이 상품을 고르듯 작품을 골라 편하게 구매하는 날을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현주 휴갤러리 대표는 "'갤러리라더니 결국 망하고 가구점이 됐네'라고 반응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앞으로도 사고와 형식의 틀을 깨는 전시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28일까지. 일요일·공휴일 휴관. 문의 010-7472-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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