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드물지만 한때 축제의 상징 같은 존재가 있었다. 축하할 만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대형 현수막을 달고 유유히 하늘을 누비던 이것. 애드벌룬은 왠지 모를 들뜸과 기대감을 안기곤 했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애드벌룬은 곧 '특별한 야구 경기'로 이어졌다. 시즌 개막전이라든지, 포스트시즌이라든지, 어린이날 경기라든지. 야구장으로 향하는 걸음을 더 즐겁게 만든 게 애드벌룬이다.

하지만 이런 애드벌룬도 미움을 샀던 적이 있다. 발단은 2010년 10월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다.

5-6으로 뒤지고 있던 롯데의 6회 말 공격.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전준우가 친 공이 좌익수 머리 위로 높이 솟았다. 좌익수 김현수가 여유 있게 자리를 잡고서 공을 기다렸지만 타구는 엉뚱하게 김현수 위치보다 한참 앞에 떨어졌다. 그 사이 전준우는 2루까지 출루했다.

허망하게 공을 놓친 김현수는 곧 3루심에게 다가가 '외야에 설치된 애드벌룬에 타구가 맞았다'고 주장했다. 포스트시즌을 기념해 외야 깃대에 설치한 애드벌룬과 현수막이 오른쪽으로 분 강한 바람에 그라운드쪽으로 들어왔고 실제 전준우 타구가 여기 맞고 굴절된 것이었다.

6명의 심판은 곧 논의를 시작했다. 결과는? 아웃. '애드벌룬 방해가 없었더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는 판단에서였다.

롯데도 가만있진 않았다. 로이스터 감독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경기는 8분여간 중단됐지만 번복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KBO는 "관련 규정이 따로 없어서 심판 재량으로 판단했다"며 "만약 홈런 타구였다면 홈런으로 인정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KBO 해명처럼 당시 판단은 전례와 심판 재량이 컸다. 앞서 1995년 4월 대전에서 열린 OB와 한화의 개막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고 당시에도 심판진은 안타가 아닌 아웃 판정을 내렸다. 이와 달리 1994년 4월 14일 전주에서 열린 쌍방울과 해태의 경기에선 8회 이병훈이 좌측 애드벌룬을 맞혔지만 홈런으로 판정되기도 했다.

경기 이후 심판위원회는 '특별히 설치된 애드벌룬에 타구가 맞는 경우는 야수가 잡을 수 있는 것은 아웃으로 하고 홈런이라고 판단되는 타구는 홈런으로 인정한다'는 특별규칙을 추가, 혼란 재발을 막았다.

졸지에 논란 중심이 된 애드벌룬은 이후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2010년 10월 7일)에서는 경기장 밖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억울해도 어쩌겠나. 공 하나, 안타 하나에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야구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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