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이웃을 보듬던 노회찬
그가 꿈꿨던 세상 우리 삶에서 부활해야

'김지선 율리아나' 자매님, 몇 마디 말이나 어쭙잖은 글로 어찌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조그마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고인의 명복을 기도드리며 몇 자 적습니다.

'노회찬', 그 이름 석 자를 들으면 수많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차분차분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 없었고, 자불자불 풀어 놓는 입담에 웃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찬찬히 설명하는 논리에 설득당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답답한 세상, 어두운 정치판에 가슴 뻥 뚫어 주는 사이다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회찬' 의원님이 빛나는 것은, 구도자보다 더 깊게 사람을 향하는 그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분 앞에서는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노회찬'이라는 이름이 그리운 것은, 가장 낮은 곳의 가장 가까운 이웃을 안아주는 그 모습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더욱 그립습니다.

'김지선 율리아나' 자매님, 노 의원님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을 희한하게도 대부분 미사 때에만 뵈었습니다.

용산 참사 추모 미사, 4대 강 파괴 저지 미사,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 힘들고 억울한 이들을 위해 위로하고 기도하는 곳에는 그분이 항상 함께하셨습니다. 이제는 그분이 위로하고 기도하던 이들이, 그분께 위로와 기도를 돌려 드려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자매님께도 위로와 기도를 드립니다. 비록 노 의원님이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미사 중에 꼭 기억할 것입니다.

'김지선 율리아나' 자매님, 삶과 죽음은 따뜻함과 차가움의 차이입니다. 살아있는 것은 따뜻합니다. 죽은 모든 것은 차갑습니다.

우리가 '노회찬'이라고 나지막이 부르면 그 이름은 가슴속에서 따뜻하게 울려옵니다. 그분이 우리 안에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육체는 사라졌다 해도 그 정신과 열정과 세상을 바꾸기 위한 진보 정치의 꿈은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각에도 썩어 없어질 육체는 살아있지만, 더러운 독설을 내뱉는 영혼이 죽어버린 차가운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사람됨을 찾도록, 그들을 위해서도 기도드립니다.

누구나 각자 신앙에 따라 살아갑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고백하며, 마지막 날에 하느님 사랑 안에서 우리 모두가 부활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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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님, 비록 '노회찬 의원'이 천주교 세례를 받지는 않았지만, 하느님이 원하시는 자신다운 삶을 살았음을 믿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운 이름 '노회찬'은 반드시 부활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날을 기다리며 그의 뜻과 삶을 이루어 가야겠습니다. '노회찬'과 죽은 모든 이들의 영혼이 주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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