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유통가 7월 판매량
설치 지연 '포기'늘기도

2일 오전 10시 30분. 창원의 한 가전제품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한 고객이 들어와 에어컨이 진열된 곳으로 곧장 향했다. 칠십 평생을 한여름에도 선풍기 바람만으로 버텼다는 장모(72) 씨. 올해 폭염에는 버틸 재간이 없어 생애 처음으로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단다. 하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10일 뒤에나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설치까지 10일 이상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에어컨 판매량을 역대 최고치로 올릴 기세다. 도내 유통가도 예외가 아니다. 도내 유통업계는 지난해 여름보다 에어컨 판매량이 늘면서 '폭염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했다. 주문 폭주로 품귀 현상을 보일 정도다. 특히 최근 몇 주간 에어컨을 찾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에어컨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

이날 창원시의 옛 창원지역 한 가전제품 대리점에 따르면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에어컨 관련 문의가 쇄도했으며 7월 에어컨 판매량이 6월보다 약 3배 늘었다. 지난해 7월 매출과 비교해도 2배 늘었다. 제품 판매 급증으로 설치가 늦어져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창원시 한 LG전자 전용매장(베스트샵)에 마련된 에어컨 전시 공간. 2일 오후 이 매장에도 에어컨 구매를 문의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시우 기자

마산지역 가전제품 유통업체들 상황도 창원지역과 마찬가지다. 이 지역 한 대형마트 전자매장이 지난달 판 에어컨 대수는 지난해 같은 달의 1.5배 이상이었다. 요즘에는 이 전자매장의 하루 매출 80%가 에어컨 차지일 정도다. 제품이 없어서 못 팔거나 배송이 지연돼 취소되는 때도 잦다.

한 지역 백화점 가전 매장은 에어컨 품귀 현상으로 오히려 판매가 주춤한 상태다. 이 매장 관계자는 "올해 극심한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뒤늦게 구매 대열에 합류한 소비자가 많다"며 "바로 사려는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설치하는 데 상당 기간 걸린다. 팔아야 할 제품이 달리니 보니 오히려 덜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에어컨 고장 신고 건수도 늘었다. 창원지역 한 에어컨 수리 업체 접수 건수는 예년 이맘 때보다 1.5배 늘었다. 수리를 받으려면 예년보다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

업체 관계자는 "내년에도 폭염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 만큼 여름이 오기 전 에어컨 가스충전이 잘돼 있는지, 작동은 잘되는지 등 기본적인 점검을 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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