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 많은 '다찌'…옆 동네 거제엔 왜 없을까
낮은 소득수준·유동인구 등
정착 걸림돌 작용 추측도

옆 도시 통영에 수없이(?) 많은 '다찌'가 거제에는 왜 없을까.

통영 골목마다 있는 술집 다찌가 견내량을 사이에 두고 인근 거제시에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도시는 비슷한 바다 환경과 역사를 가졌고 어민들이 많으며 음식이 다르지 않음에도 다찌는 이상하게 '통영에만 있고 거제에는 없다'는 것이다.

7월 현재 거제시에는 유흥주점이 370여 곳, 단란주점이 50여 곳이 있다. 일반음식점 등으로 영업하는 횟집·호프집을 포함해 술을 파는 업소 수백 곳이 있지만 거제에서는 유독 다찌를 찾을 수 없다.

거제·통영시민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의아해하거나 재미있어하고 있다.

'술을 서서 마신다'는 뜻의 '다찌'는 일본말 '다찌노미'에서 유래했다. 다찌노미는 술집에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서서 마신다는 뜻이 있다. 다찌는 일제강점기 상인들이 시장 골목에 서서 술을 마시던 것에서 이름을 달았고 통영 뱃사람들이 해산물에 안주로 술을 마시던 것으로 변해 점점 상업화했다. 이후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많이 마시면 안주를 더 내어 주는 통영만의 독특한 술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거제 다찌는 10년 전쯤 다수 업소가 개업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개업했지만 곧 폐업해 정착을 못했다는 것이 거제 토박이 등이 하는 말이다.

거제시에 다찌 방식으로 영업하는 업소는 현재 없다. 몇 곳이 검색되지만 확인 결과 모두 폐업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거제에 다찌로 등록된 업소는 현재 없다"고 밝혔다.

거제에 다찌가 없는 이유는 일제강점기 이후 통영보다 소득수준이 비교적 낮았고, 거제대교 건립 전에도 유동인구가 적거나 인구가 적어 다찌 같은 술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조선소 건립 이후에는 외지인이 대거 들어오면서 이들이 다찌라는 생소한 술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견해도 있다.

또 다찌처럼 여러 가지 안주보다 그냥 메인메뉴를 안주로 즐겼을 가능성과 함께, '다찌'라는 일본어에 대한 거부감, 거제시민들이 통영을 다찌 본고장으로 여겨 은근히 다찌를 배척했다는 추측도 할 수 있다.

배고픈 조선소 노동자들이 적은 돈으로 술과 배를 채우려 하면서 결국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업주가 문을 닫았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거제시민 신 모 씨는 "다찌는 밥을 먹으면 거한 밥상이고, 술을 마시면 굉장한 안줏거리가 되는 잔칫상 같은 거다. 일제강점기 무역항이어서 돈이 많았던 통영은 술을 즐겼고, 10여 년 전 거제 고현 쪽에 생긴 다찌에서 배고픈 노동자들이 술 대신 배를 채우려 했다. 술을 팔아야 돈이 되는데 술은 마시지 않고 안주만 먹으니 다찌가 정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시민 김 모 씨는 "고현에 다찌집이 생겼을 때가 생생하다"며 "일을 마친 배고픈 조선소 노동자들이 술은 마시지 않고 왜 안주를 안 주느냐고 계속 행패를 부렸다. 알고 보면 술 조금 마시고 돈을 덜 내고 맛있는 음식을 더 먹으려 했던 노동자의 애환이 거제에 있다"고 말했다.

통영 북쪽 고성군은 어떨까.

고성군에는 현재 10년 전쯤 개업한 다찌 1곳 정도가 성업 중이다. 하지만 통영처럼 새벽까지 영업을 하지는 않고 자정 정도에 문을 닫는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쯤 전 다찌 1곳이 문을 닫기도 했다.

다만 거제와 고성군은 다찌와 비슷한 실비집 수 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