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말다툼 학교폭력 비화
신고접수 땐 위원회 의무개최
"교육이 해결하도록 개선해야"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말다툼과 오해도 학교폭력으로 '사건화'되면서 또 다른 학생과 교사가 고통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폭력 대처 지침서 역할을 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2일 창원 한 중학교에서 한 학생 부모가 '아이가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며 학생 12명을 가해자로 지목해 학교에 알렸다. 학교는 절차에 따라 학교폭력 피해 접수 14일 이내 자치위원회(학폭위) 개최를 통보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보호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경남도교육청과 학교 측에 민원을 제기했다.

보호자 대표 ㄱ 씨는 "등하굣길 동생에게 한 손 인사를 피해 학생은 자신과 놀지 않겠다는 거절의 손짓으로 해석하고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다른 친구와 이야기하다 웃은 것도 자신을 비웃었다며 학교폭력 피해 신고를 했다. 다툼과 마찰도 없는 피해자 중심적인 판단만으로 학교폭력이 되고, 지목 학생은 가해 학생이 돼야 하느냐"고 말했다.

학폭법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각종 신체·정신, 재산상 피해 전반'을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피해 학생(또는 보호자)이 요청하는 경우, 학교폭력 신고(보고)를 받은 경우 반드시 학폭위를 소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의무 조항 때문에 사소한 다툼도 사건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는 교육으로 조정 가능한 일도 사건화되면서 처리 절차에만 매달리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가 접수되면 14일 이내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 1단계로 '이 건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가'를 심의한다. 고의성에 주안점을 둬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조치 없음'으로 종결되고, 학교폭력이라고 판단되면 2단계인 조치 적용 기준을 검토하게 된다.

이 학교는 지난달 17일 학폭위를 열었다. 참석한 자치위원 10명은 학교폭력 피해 접수 5건 중 3건에 대해 만장일치로 '학교폭력 아님'으로 결론지었다. 또 의견이 엇갈린 2건에 대해서는 다수결로 '학교폭력 아님'으로 결정했다.

학폭위 결과 '조치 없음' 처리로 1차 사건 종결됐지만 학생 보호자들과 학교 측은 2주간 이어진 갈등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학교 측은 이번 건을 맡았던 교사가 우울증을 호소하며 휴직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도교육청 학교폭력 담당자는 "매년 보고받는 학교폭력 처리를 보면 학교폭력 아님, 조치 없음 결과가 더러 있다. 학생들 사이 크고 작은 갈등이 학폭법에 따라 사건이 되고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며 "이번 건 역시 사건이 될만한 다툼이나 피해와 원인의 명확한 연관 관계를 찾지 못하지만 피해자가 신고한 이상 자치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학교장이나 교육청이 피해 사실이 없다고 해석하거나 자치위원회 개최를 막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2012년 가해자 처벌 강화 위주로 개정된 학폭법이 심각한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학생-교사', '학생-학생' 신뢰 회복이라는 학교 현장의 교육적 기능을 위축시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학교 교장은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개입하면 일은 더 커진다. 학교폭력에 공격과 방어로 접근해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어른들 감정이 격해지고 있다"며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