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민선 23년 이래 처음
특검 행보에 해석 분분해
지사 "당당하게 이겨낼 것"

민선 지방자치 23년 역사 동안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준표 전 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압수수색 가능성이 언급되긴 했으나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상 초유의 경남도청 압수수색과 그 이후 사태 추이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 씨의 공모 혐의 입증을 자신하면서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고, 김 지사는 이미 경찰 조사에서 해명했던 사실을 새로운 것인 양 언론에 흘려 망신주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검팀과 김 지사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어쨌든 특검팀은 압수수색이라는 강공 카드를 실행에 옮겼다.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 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2일 오전 김경수 경남도지사 집무실과 관사를 동시에 압수수색 했다. 이날 특검팀 직원이 압수 물품을 담기 위한 상자를 관사 안으로 옮기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취임 한 달을 막 지난 시점에 집무실과 관사를 압수수색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을 게 뻔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압수수색을 강행했다는 건 그만큼 김 지사의 혐의 입증을 특검팀이 자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활동 기간 종료를 앞둔 특검팀이 증거물 확보와는 상관없이 기소를 위한 사전 포석용 이벤트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무튼 김 지사에 대한 특검 소환이 이번 주 중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김 지사의 행보가 도정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는 감출 수 없었지만 도지사 집무실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2일 도청 분위기는 뜻밖에 차분한 모습이었다. 한 간부 공무원은 "드루킹 사건 때문에 도청 집무실을 왜 압수수색하는지 모르겠다. 설사 혐의가 사실이라도 증거가 나올 수 있느냐"면서 실소를 흘렸다.

김 지사 스스로 드루킹 논란은 도정과는 관계없는 개인적 차원의 일이라고 강조해 왔으며, 언론에서 제기되어온 각종 의혹을 부인해왔다.

김 지사는 이날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당당하게 이겨내겠다.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와 관계없이 도정 운영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다짐하는 메시지였다.

'도정 4개년 계획' 발표를 통한 본격적인 '완전히 새로운 경남' 청사진을 제시할 시점에 드루킹 수사 상황이 급진전하면서 도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무리 김 지사가 혐의를 부인하고 자신의 결백함을 밝혀 나간다 한들 그동안 언론의 의혹 보도로 입은 생채기는 당분간 치유되기 어렵다는 진단 때문이다.

또한 이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도청 내에서는 김 지사 소환을 둘러싼 여러 의견을 교환하느라 술렁이는 장면이 포착돼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가 증폭될 수 있음을 예상하게 했다.

한편, 김 지사는 이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본격적으로 특검 수사 대비에 나섰다.

도정 혁신의 첫발을 내딛는 김 지사로서는 '드루킹 특검'은 넘어야 할 산이고, 특검 역시 자신들의 탄생이유를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임채민 기자 lcm@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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