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집무실·관사 진입
컴퓨터·문서 등 현장분석
김 지사 측 유감 뜻 표명
"이해 어렵지만 협조할 것"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검팀'이 2일 김경수 도지사 집무실과 관사, 서울 국회의원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최득신 특검보와 정우준 검사 등 수사인력 17명은 이날 오전 7시 30분을 기해 일제히 도청 내 김 지사 집무실과 창원 용호동 소재 관사에 진입했다.

비서실 직원들이 이미 출근한 집무실에서는 곧바로 영장 제출 후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나, 관사에서는 김 지사의 부재로 담당 변호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30여 분 늦게 수색이 시작됐다.

김 지사 집무실에 10명, 관사에 7명의 수사인력이 배치돼 컴퓨터와 문서 등을 입수하고 검토했다. 특검 수사팀은 입수한 자료를 별도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서울에서 가져온 자체 분석 장비를 활용해 현장에서 분석작업을 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김동원 씨)' 측의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해 이를 승인한 것(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김 지사 소환이 임박했음을 밝힌 바 있으며, 이번 압수수색은 소환을 앞둔 막바지 수순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지사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향한 '드루킹 의혹'은 도지사 출마 전의 시점을 상정하고 제기된 것인데, 취임한 지 한 달 남짓 사용한 집무실과 관사를 왜 뒤지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드루킹' 김동원 씨 댓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2일 오전 김경수 도지사 집무실과 관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최득신(의자 앉은 이) 특검보와 특검 직원들이 도청 2층 소회의실에 컴퓨터 등 집기를 옮겨와 작업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김 지사는 이날 하루 휴가를 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동지였던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의 6주기 추도식 참석차 충북 충주를 방문했다. 김 지사는 매년 추도식에 참석해 왔다.

공교롭게도 김 지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특검팀은 김 지사의 집무실과 관사를 압수수색한 셈이 됐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에 "강 회장님과 노무현 대통령님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이 참석해 주셔서 추도식은 잘 마쳤다"며 이날 휴가 일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1개월 남짓 된 도청 사무실과 비서실까지 왜 뒤져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필요하다니 당연히 협조할 것이고 지금도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다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과 이미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밝혔던 사안들이 마치 새롭게 밝혀지고 확정된 사실처럼 일부 언론에 마구잡이로 보도되면서 조사 결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 일방적 흠집내기로 다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표명했다. 김 지사는 이와 함께 "특검은 제가 먼저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명희진 정무특보도 이에 앞서 "취임 한 달 만에 도지사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건 유감스러운 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명 특보는 "홍준표 전 지사에 대한 (성완종 리스트)수사 과정에서도 압수수색은 없었다. 도민들에게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날 특검팀은 오후 늦게까지 김 지사 집무실과 관사에서 변호인 입회 하에 자료 분석 작업을 이어갔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내용과 향후 일정 등에 대해 함구했으며, 비서실 직원들에게 자료 분석 작업에 필요한 드라이버·포스트잇 등 각종 용구 조달을 요구하는 등 다소 어수선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