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시대를 묵시하고 공동체 정신을 체현하는 민중시로 한국시의 지형을 바꾸는 데 한 획을 그은 '시와 경제' 동인 고 정규화 시인의 유고시집 <뿌리에 대하여>가 나왔다.

하동 옥종면 출신인 그는 1982년 '창작과 비평'에서 펴낸 신작 시집 <우리들의 그리움은>으로 등단해 <농민의 아들>(실천문학사) 등의 시집으로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 마산으로 돌아가 <경남일보> 문화부장을 지내면서 <지리산 수첩>, <지리산과 인공신장실과 시> 등의 시집을 펴내며 활발한 시작 활동을 했다.

또한 1999년 민족문학작가회의 경남지회(현 경남작가회의) 초대 회장을 지내는 등 경남지역에 민중 민족시의 뿌리를 내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던 중 2007년 6월 11일 지병인 신장병이 악화돼 향년 58세로 아깝게도 절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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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 <뿌리에 대하여>는 경남작가회의 중심으로 모인 시인의 후배들이 11주기에 즈음해 정 시인의 시 정신을 기리며 펴낸 유고 시집이다. 표제작 '뿌리에 대하여'를 비롯해 '사랑을 위하여', '산은 산에게 맡겨 달라' 등 58편의 유고시가 담겼다.

이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 환경 지키기와 통일에의 염원, 공동체 정신의 회복 등 마치 오늘을 예감한 듯한 선지자적인 주제를 만날 수 있다.

하아무 소설가는 "정규화 시인에게 시는 삶의 비의를 증언함과 동시에 스스로 위무하는 양식이다. 일체의 시적 기교를 벗어던지고 곧장 삶의 치명적 진실과 직면한다. 고통스럽지만 그것만이 삶이든 문학이든 알짬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길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시인의 서늘한 시학이 폐부를 깊이 찔러오는 시집"이라고 평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산청에서 유족과 동료, 후배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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