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기로 선 김해시 대형사업 현안
임기 내 치적 위해 밀어붙이지 말아야

인간사 삶에는 운명은 피해갈 수 없다는 '운명론'과 노력하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운명의 '가변론'이 마주한다. 운명의 고정론(상수)과 가변론(변수)이 교차하면서 세상은 돌아간다는 이치인데 운명을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몫이다.

운명론은 교통사고가 좋은 예가 된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1초만 빨리 또는 늦게 출발했더라면 사고는 피할 수 있다. 결국, 그 시간대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기에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운명론 불신자들은 자신이 높은 지위에 오를 '사주팔자(역술)'인데 뜻을 못 이루면 운명을 믿지 않는다. 어느 편이 맞고 안 맞고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자연계는 정해진 설계대로 돌아가는 우주순환의 원리를 기본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나는 얼마 전 법조계를 명퇴한 한 친구를 만났다. 운명론에 대해 대화하던 중 친구는 그가 '현직' 때 모셨던 한 전직 검찰총장의 개인 일화를 소개했다.

전직 총장은 평소 역학에 눈 밝은 집안 어른께서 "너는 나중에 검찰 최고의 자리에 오를 사주를 가졌다"는 운명적 예언을 믿고 활기찬 직장생활을 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하면서 검찰 최고의 자리에 오를 반열에 섰으나 다른 인물이 검찰총장에 추천되자 곧바로 옷을 벗고 검찰을 떠났다는 것이다. 당시 사정을 보면 그는 분명 운명론은 맞지 않다며 실망했을 터이다. 하지만 그는 옷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총장 후보의 낙마로 검찰총장에 추천, 임명됐다.

운명의 장난처럼 검찰총장이 된 이후 그는 운명론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를 일이다. 뜬금없이 이 일화를 꺼낸 데는 김해시와 관련된 대형 사업들이 운명론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신공항 건설 건과 북부동 백병원 터 활용 건, 안동공단 이전 건 등이 대표적이다. 신공항건설 건은 정부 원안 고수와 신공항 재검토, 동남권 관문공항이냐 거점공항이냐를 두고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시책사업인 백병원 터 활용 건은 소방방재청의 국가사업에 도전했다가 탈락했고, 안동공단 이전 건은 국토부 투자선도지구에 선정됐다가 민간사업자가 없어 중도포기한 상태다. 지금은 이 두 시책사업이 허성곤 시장 재임 때 해결될지 아니면 후대의 몫으로 넘겨야 할지 운명의 기로에 처했다. 이 지점에서 허 시장은 두 시책사업을 임기 내에 꼭 해결하고야 말겠다며 조급증을 낼 가능성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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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말리고 싶다. 최선을 다해도 안 되면 후대의 몫으로 남겨 둘 것을 권한다. 때가 도래하지 않았는데 치적을 우선해 밀어붙인다면 우환만 양산한다. 꽃이라고 해서 모두 한 계절에 동시에 피지 않듯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도시개발이 끝난 도시의 도심지 속 대규모 공간은 앞으로 찾기가 어렵다. 훗날 후손들이 그때 꼭 필요한 그림을 그려넣으려면 여유 공간이 있어야 한다. 지방분권시대를 앞두고 김해시와 허 시장의 운명의 한 갈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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