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다. 피서지의 안전사고 소식이 보도되면 아직도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10년 전당시 딸들이 10세, 11세였을 때 밀양으로 물놀이를 갔다가 세 모녀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를 겪었다. 물론 우리의 부주의도 있었지만, 유원지 관리소 측에서 안전조치가 있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밀양 긴늪(솔밭)유원지는 송림 옆에 큰 하천이 흐르고 있는데 하천에는 콘크리트로 가로둑을 만들어 놓았다. 깊은 곳에는 주황색 부표를 띄워 놓아 물이 깊음을 표시하고 있었다. 이날 사고는 한쪽 일부를 물이 빠져나가도록 터놓은 곳에서 일어났다. 어른들은 모두 솔숲에 있고, 나와 아이들만 하천에서 놀았다. 아이들이 호기심에 둑 있는 곳으로 가보자고 해서 그쪽으로 갔는데, 거기에는 위험지역을 알리는 어떤 부표나 표시가 없었다. 그저 물이 좀 빠르게 흐른다는 것만 알 수 있었고. 깊이도 어른 무릎 정도 되었다.

이때 조카가 들고 있던 공이 떠내려가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공을 잡기 위해 그 물살을 헤집고 들어갔다.

서너 걸음 옮겼을 때 순간 내 몸은 빠른 물살에 넘어지면서 20m 정도 떠내려갔다. 그 지점의 하천은 경사가 심했으며. 나는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돌부리에 발을 고정했다. 그와 동시에 큰아이가 떠내려와 한 손으로 붙잡으니, 곧이어 작은 아이도 떠내려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모두 내가 있는 쪽으로 떠내려와 양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울고 있었고 내 몸도 계속 고정하기 어려워 세 명 모두 떠내려갈 상황이었다. 하천 아래쪽은 짙은 녹색 물빛으로 상당히 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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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 청년 두 명이 물살을 헤치고 다가와 아이를 하나씩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나도 구출될 수 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후 관리소로 찾아가 위험지역인 그곳에 왜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직원은 표시가 없어져 버렸다며 곧바로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유원지는 위험 구간이 있는 곳에 안전 표시는 기본으로 해 놓고 안전요원을 최소한의 인원이라도 배치한다면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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