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산하기관장 임명에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산하기관장들의 임명에 공정성을 기하고, 직무역량을 검증하는 절차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단위에서 이런 시도는 매우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유인즉, 인사청문회는 검증절차임에도 불구하고, 평가자들이 전문가들이 아닌, 정치인들이다. 사실 평가에 임하는 정치인들이 직무역량에 대한 전문성의 부족으로, 직무역량 중심의 검증이 아닌 다른 형태의 검증이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산업심리학과 경제학(인사조직)에는 AC(Assessment Center·평가센터)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실제 업무 역량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과제'들을 통해 '피평가자의 관찰된 행동'을 '훈련 받은 다수의 평가자'들이 평가하는 역량 측정 방식으로(심리학용어 사전) 이미 중앙정부에서는 2006년부터 고위공무원단을 운영 중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고위 공무원의 역량평가다(이선구, 2015). 사실 채용과 선발, 배치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가진 역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역량에는 직무역량과 인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의 검증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청문회와 같은 검증 방식은 결코 과학적이거나 체계적일 수 없다. 이는 청문회에 임하는 평가자의 전문성 부족도 원인이지만, 정치적 갈등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역량의 개념이나 접근법은 그동안 학자마다 다양하지만, 연구 취지나 목적은 대체로 일관되게 유지돼왔다. 그것은 조직의 목표달성과 연계하여 조직 및 직무의 높은 성과와 관련된 직무담당자의 행동특성과 태도라는 점이다. 또한, 역량의 최초 연구자로 평가받는 맥클랜드(McClleland)는 역량을 개인 성과 예측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심리·행동적 특성이라고 정의하며, 역량이 지능(IQ)보다 실제 직무성과를 더 잘 예측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 2008)

이렇듯 이미 중앙정부에서 시행 중이고, 과학적인 인사검증제도가 존재하고, 다수 전문가가 있기에 쉽게 시행할 방법이 있다면, 굳이 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인사청문회가 아닌, 전문가집단의 역량평가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인사는 사람을 선발하고 배치하고 승진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인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평가이다. 그 평가는 공정하고 전문적이어야 한다. 또한, 과거의 행동특성이 뛰어났기에 현재의 행동특성도 뛰어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은 각각의 직무가 가진 특성이 다르고 구성원과 리더의 직무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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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김경수 도지사가 진정으로 우수 인재를 산하기관장으로 임명하길 원한다면, 인사청문회가 아닌 역량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공무원 승진제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공공기관들의 개인의 성과와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제도는 무리한 업적 쌓기와 진급 시기가 아니면, 열심히 일하지 않는 부작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김경수 도지사의 인사검증 절차 강화의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끝으로 개혁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인재 등용은 정치적 결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이 자리에 맞는 역량을 갖춘 합리적인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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