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재료연구소장 인터뷰
취임 후 조직개편 집중
유연·융합 연구 장려
"창원 산업구조 재편 시급 지역사회 적극 기술 지원"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5대 소장으로 올해 2월 13일 취임한 이정환(60) 소장. 이 소장은 취임 뒤 재료연구소의 독자 연구원 승격 활동과 함께 기존 분야별 연구에서 유연 융합조직을 신설해 통합 연구를 장려하는 등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최근 이 소장을 만나 재료연구소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 연구소 당면 과제는 '부설'을 뺀 독자 연구원으로 승격일 텐데, 진행 과정은?

"원 승격과 관련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어디를 승격시키고, 어디를 시키지 않을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원 승격 자격 기준을 만들고 있다. 오는 11월께 결과보고서가 나올 텐데, 여기에 맞춰 진행할 것이다. 창원상의와 기업체, 도민들이 전폭적으로 성원해주고 있다. 이 성원에 힘입어 원 승격을 해서 재료 분야를 더 발전시킬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 재료 분야가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17∼18%를 차지한다. 이 정도 비중이라면 굉장히 넓고 중요한 산업인 것이다. 또한, 소재와 연결한 부품 산업까지 합치면 40%가 넘는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산업 변화는 결국 소재가 이끌 것이다. 부설 연구소로는 다양한 연구로 확대가 곤란하다. 제약된 연구원, 연구비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독자 연구원 승격이 필수적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산업부 산하 진주 세라믹기술원과 함께 원 승격 추진을 하겠다고 했는데?

"세라믹기술원은 산업부 소속이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우리 연구소는 과기정통부 소속이다. 우리 연구소는 원천기술부터 상용화까지 광범위하게 연구하고 세라믹기술원은 기술 지원 연구를 맡는다. 담당 역할이 다른 만큼 각자 잘 발전했으면 좋겠다.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는 NIMMS(일본물질재료연구기구)처럼 원천 연구부터 상용화, 기술 지원까지 함께 하면 좋겠다."

이정환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5대 소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재료연구소가 원 승격을 하면 어떤 역할을 더 할 수 있을까?

"현재 재료연구소 전체 인원은 376명, 이 중 연구직 206명, 기술직 36명, 행정직 30명, 별정직(주로 용역 업무) 104명이다. 정규직은 연구직·기술직·행정직 272명이다. 독자 연구원으로 승격하면 연구인력과 연구비 증가가 기대된다. 전체 인원이 500명 정도로 늘고, 연구인원이 350∼400명 정도 되면 지금의 중심 연구 분야인 금속·세라믹·복합재료뿐만 아니라 고분자재료(플라스틱·폴리머 등) 등으로도 연구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기존 연구 분야 깊이도 더할 것이다. 기업체가 요구하는 기술 이전과 상용화 지원도 훨씬 많아지고 원활해진다."

- 취임 뒤 약 6개월간 주요 활동을 말해달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만큼 임기 3년간 어떻게 기관을 이끌지 연구성과계획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보고해야 한다. 거의 완성 단계로 곧 통과될 것이다. 이 계획서는 3년간 기관 운영 로드맵이자 나침반이다. 이걸 하고자 조직도 새로 개편했다. 기존 5본부, 2부, 1단, 1실에서 6본부, 3부, 1실로 바꿨다. 이 조직 개편의 핵심은 '유연 융합조직' 신설이다. 재료안전평가본부를 제외한 5개 연구본부 아래 센터 형태로 뒀다. 금속재료연구본부, 분말·세라믹연구본부, 표면기술연구본부, 복합재료연구본부, 재료공정혁신연구본부 아래 각각 고온재료연구·3D프린팅소재연구·에너지융합소재연구·국방소재연구·항공우주재료연구센터를 신설했다. 이곳 연구자는 기존 조직에 있으면서 파견을 와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 KIMS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도록 연구비·인력·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신설한 게 연구기획조정부다. 지금껏 정책기획만 했는데, 연구기획과 조정을 함께 하도록 했다. 본부별 상호 경합·중복 연구 부분을 조정하고 연구 업무 우선순위 조정,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분야를 찾는 역할을 한다."

- 진해 옛 육군대학 터 제2캠퍼스 조성은 어떻게 돼 가나?

"창원시로부터 아직 건설비를 못 받아 착공은 못 했다. 초기 8만 평에서 3만 5000평 장기 임대로 터 규모도 줄었다.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평균 터 규모가 약 7만 평인데, 우리 연구소는 41년째 2만 평이고, 도심 한가운데라서 확장도 어렵다. 연구소 전체가 정말 포화 상태다. 아파트·학교에서 민원도 많이 제기한다. 공간이 부족해 새 분야 개척도 어렵다. 육대 터에는 안전 소재 관련 연구 그룹을 유치하고자 한다. 이곳이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강소형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기를 희망한다. 경남산업 특성을 살린 연구기업을 유치할 수 있고, 기업연구소들을 모아 R&D 산실로 만들 수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함께 고민해줬으면 한다."

- 끝으로 지역사회, 지역민에게 남기고픈 말은?

"창원국가산단이나 창원 기업, 도내 기업이 굉장한 위기 혹은 정체 상태에 있다고 많이 얘기한다. 창원산단 조성 40여 년이 지났다. 금성사가 LG전자로 바뀌면서 창원으로 오고, 당시 직장·반장·과장들이 회사를 나가 창업해 대기업과 관계를 중심으로 성장을 한 게 창원이다. 이들 중소·중견기업 창업주 연령이 이미 70∼80대다. 창업 당시에는 중국 추격이 없었고, 그런 추격 없이 급성장했다. 지금은 추격이 아니라 중국 등과 경합하는 시대다. 그때 장비·인력·기술로 중국·베트남·인도·타이 등과 맞붙어서는 경쟁력이 없다. 창원 산업이 하루빨리 고부가 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 대기업 중심 가치사슬에서 중소·중견기업 연구개발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또한, 지역 중소기업 생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예전에는 대기업과 관계를 좋게 해서 얼마나 납품하느냐가 생존 핵심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보유한 혁신기술이 있느냐가 생존의 관건이다. 자체 혁신기술 보유가 절실하다. 창원에는 서울·대전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부출연연구기관(전기연구원과 재료연구소)이 두 곳이나 있다. 우리 연구소는 도민과 도내 기업을 위해 기술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을 약속 드린다. 지역사회에 더 이바지하는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