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지기 반응 없을 때까지 세 차례나 측정

공군이 부대로 들어오는 사령관 아들의 음주운전 의심 상황을 두 차례나 확인하고도 음주측정을 하지 않아 봐주기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은 당시 모습을 지켜본 부대원들의 소문이 외부로 퍼지면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오후 9시 48분쯤 진주지역 한 부대 1정문에서 불거졌다. 승용차를 타고 부대로 들어오던 ㄱ 씨는 근무 중이던 헌병의 음주단속을 받았다.

민간인 신분인 ㄱ 씨는 공군교육사령부 사령관 큰아들로 외출한 후 영내 숙소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당시 헌병이 내민 음주감지기에 음주운전 의심 반응인 노란색(Low) 불이 켜졌다. 경찰도 사용하는 음주감지기는 술을 마시지 않았으면 녹색(Zero),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면 노란색이나 붉은색(High) 불이 켜진다.

헌병은 함께 근무하던 선임에게 ㄱ 씨의 음주감지 확인 사실을 알렸고, 선임은 바리케이드로 정문을 막았다. 선임은 음주감지기를 넘겨받아 1차 음주운전 의심 반응을 확인하고 차량을 정문 한쪽으로 정차하도록 했다. 당시 현장에는 ㄱ 씨 차량 뒤로 다른 승용차와 부대 버스 등 차량이 줄줄이 밀려 있는 상태였다.

ㄱ 씨는 차량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그대로 차에 머물렀다. 선임은 ㄱ 씨에게 다시 음주감지기를 내밀었고 이번에도 노란색 불이 켜졌다. 두 차례나 ㄱ 씨의 음주감지 반응이 나오자 초소 근무자 부사관에게 알렸다.

2분 가까이 이어진 이 상황을 부대로 들어오던 차량 운전자들이 고스란히 지켜봤다. 부대 정문 CCTV 영상에도 단속 상황과 헌병들의 움직임이 찍혔다. 헌병은 밀린 차량 운전자들을 상대로 음주단속을 하고 보낸 뒤 ㄱ 씨에게 3번째 음주감지기를 내밀었다. 헌병은 선임에게 이번엔 이상이 없는 듯 알렸고 두 헌병은 잇따라 ㄱ 씨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이후 부대 내에서는 특정인 봐주기라는 소문이 퍼졌다. 한 제보자는 "그동안 헌병으로부터 음주단속에 걸린 다른 부대원과 민간인들과는 너무나 다른 엄청난 불합리"라고 비판했다.

부대 측은 정상적인 음주단속 절차를 지켰다고 밝혔다. 부대 관계자는 "부대 내 음주단속은 외부 경찰과 업무 자체가 다르며 단속방식도 다르다"며 "음주감지가 되더라도 현장에서 곧바로 음주측정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주 수치측정은 헌병대 수사관이 하는데 그사이 여러 차례 음주감지를 해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헌병대 측은 "운전자에 대한 3번째 음주감지에서 녹색불이 켜진 점을 경로를 통해 보고받았다"며 "사령관의 아들이라고 해서 봐주기 단속은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음주단속 때 쓰는 음주측정기는 측정 수치 등 결과가 남지만, 음주감지기는 현장 단속자가 육안으로만 확인할 수 있고 기록에는 남지 않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음주운전 단속 때 음주감지기로 노란색, 붉은색 불이 켜지면 즉시 차량을 안전지대로 이동해 시동을 끄고 운전자를 하차시킨 후 음주측정을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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