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꾸준히 적고 있는 운동 일지, 보물 1호에요"

100kg 소년은 1kg 원반을 가장 멀리 던지는 대회 신기록을 두 번이나 세웠다. 최고 62m까지 던지기까지 1권의 공책에 소년의 모든 고민이 담겨있다. 육상경기 종목 중 원반던지기는 낮은 위치에서 몸 전체를 회전해 던지기 때문에, 크고 빠른 원심력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을 바탕으로 한 바른 자세가 실력이 된다. 거창중학교 3학년 박준형 학생은 지난 5월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육상 원반던지기 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색과 무한 반복 운동이 만든 결과다.

남다른 체격과 성실함으로 2년 연속 대회 신기록

또래보다 키가 크고 몸이 굵었던 준형 군의 미래를 미리 내다본 건 퇴임한 거창 신원초등학교 체육 교사다. 체육 교사 권유로 준형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버스를 타고 30분 이상 거리에 있는 거창스포츠파크 운동장을 찾았다. 당시엔 근육보다 지방이 많아 몸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초등학교 6학년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포환던지기에서 2위를 했고, 거창중 육상 선수 지도자인 김민영 코치를 만나면서 '2회 연속 원반던지기 대회 신기록'이라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을 만들었다.

김 코치는 준형 군의 타고난 힘을 높이 평가했다.

"준형이는 또래 남학생과 비교해 가슴너비와 두께가 남달라요. 누가 중학생으로 보겠어요? 안정적으로 힘을 끌어내는 체격 조건을 갖춘 거죠. 원반은 몸의 회전 운동에서 생긴 원심력을 이용해 팔로 뿌리치듯이 던져야 하는 데 힘이 없는 선수는 몸을 쓰지 못하고 팔로만 던지려고 해요. 준형이는 몸에서 밀고 나가는 힘이 있고, 여기에 팔의 뿌리치는 힘이 더해져 좋은 기록이 나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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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형 거창중학교 학생. / 김구연 기자

원반던지기는 힘만큼 중요한 게 바른 자세다. 이는 무한 반복 운동만이 답이다. 성실함은 준형 군의 장점 중 하나다. 매일 반복되는 2시간가량 운동을 빠진 적이 거의 없고, 남들보다 투척화를 교체하는 주기도 짧다.

"가르치는 대로 따라오고 실력이 느는 게 확인이 되니깐 지도하는 게 즐거운 선수 중 한 명이에요. 바닥이 두꺼운 고무로 된 선수 전용 투척화를 준형이는 일 년에 2개 이상 교체해줘야 해요. 원반 100회 던지기를 시키면 힘든 내색 없이 무한 반복하고 있어요. 준형이 투척화는 바닥 고무가 빨리 얇아지고 때론 구멍이 생기기도 해요. 그 상태로는 발바닥에서 상당한 피로감을 느낄 텐데도 어김없이 무한 반복 운동을 하고 있어요. 준형이가 운동을 상당히 즐기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중학교 1학년 때인 제18회 전국꿈나무선수선발육상경기대회에서 준형 군은 원반던지기 종목에서 '49m 60cm'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했다. 2·3학년 형들을 가볍게 제친 것이다.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54m 44cm'를 기록해 자신이 세운 대회 신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56m 94cm, 58m 38cm, 59m 44cm 등 참가 대회마다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였다. 준형 군은 최근 5월 소체에서는 60m 67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지만 연습 때 최고 기록인 62m를 달성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김 코치는 그런 준형 군을 보며 "경지에 올랐다"고 표현했다.

분석하고 사색하는 운동선수 "무대 주인공은 나야, 나"

준형 군은 중학생이 되고부터 운동 일지를 적고 있다. 코치 권유로 적기 시작한 일지엔 그날그날 느낀 점, 늘지 않는 포인트, 보완해야 할 점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지금은 코치가 확인을 하지 않아도 준형 군은 일지 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준형 군은 "일지를 쓰지 않으면 쓸데없는 생각도 들고 하루가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다.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 날 보완해야 할 점과 자세 등을 체크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헤맬 땐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보고 반복하는 실수 등을 다시 돌아본다.

생각이 많은 운동선수라는 건 김 코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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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형 거창중학교 학생. / 김구연 기자

"준형이한테는 잘못된 점을 한번 짚어주고 기다려주면 돼요. '이 부분 고쳐와'하고 한마디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고민하는 모습이 보여요. 그래도 묵묵히 기다려주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스스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요. 훈련하면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달라고 하고, 분석하는 중학생 선수는 드물어요."

사색은 절제로도 이어진다. 시합을 앞둔 한 달 남짓부터는 밀가루 음식을 자제하고 2주 전부터는 즉석 음식을 일절 먹지 않고 근육이 딱딱해지는 걸 막고자 가벼운 운동 위주로 한다. 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모든 선수들에게 향한 "이제 신경 좀 쓰자"는 코치 한마디에 준형 군은 스스로 절제하며 몸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준형 군은 실전에 강한 선수다. 평소 김 코치는 훈련 때 기록을 잘 재지도 않고 '왜 멀리 안 나가?', '왜 기록이 안 나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합을 앞둔 선수들에게도 "이젠 너만의 무대야. 카메라가 너만 비추고 있는데 멋지게 보이고 싶지 않아? 네가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스타성을 발휘해"라고 격려할 뿐이다.

준형 군도 원반을 던지는 자세에 힘에 집중하다 보면 원반이 어느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기록을 넘어서 있다. 대회 기록을 세운 경기에서도 1·2차는 파울이었지만 3차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냈다. 1차에서 잘못된 자세를 2차에서 다시 가다듬었을 테고, 3차에서 다시 보완했을 것이다. 멀리 던지는 게 목적이지만 고민 없이 던지는 것에만 목표를 두지 않은 준형 군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한다.

준형 군에게 확신하는 꿈이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청소년 대표, 국가대표, 지도자 등 '무엇'이 아니었다. 자신이 목표한 66m 기록 달성이었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낼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100kg 대 1kg. 62m 대 1권 공책. 의미 있는 이 숫자는 준형 군의 현재를 나타낸다. 중학생으로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현재 이 숫자는,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준형 군만 안다. 바뀐 숫자가 '성장'을 의미 한다는 건 주변 모든 사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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