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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렬의 생태이야기] (42) 거머리, 긴꼬리투구새우, 풍년새우가 뭐예요?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mrbin77@hanmail.net 입력 : 2018-08-01 14:08:50 수     노출 : 2018-08-01 14:13:00 수

뜨거운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때론 숨쉬기조차 힘들 때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뜨거운 여름 더위를 좋아하고 즐기는 생물이 있다. 논에 사는 생물들이다. 봄에 심어 커가고 있는 벼들은 적당한 비와 함께 뙤약볕 쨍쨍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날씨가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된다. 옛 어른들 말씀으로는 벼는 더위와 사람 발자국 소리를 먹고 자란다고도 했다.

논에는 무척 많은 생물들이 산다. 어린 시절 논에서 일했거나 놀았던 추억 떠올려보면 생생한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생물들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녀석은 거머리다. 정말 끈질기게 달라붙어 피를 빨아 먹던 찰거머리들.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몸이 부풀어 올라 저절로 떨어지는 거머리도 있었다. 물 위를 기어 다니던 뱀의 현란한(?) 몸짓도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른다. 논에서 만나는 생물 중에는 아주 독특하고 특이한 생김새를 가진 긴꼬리투구새우란 놈도 있다. 풍년새우도 독특하긴 마찬가지다.

거머리는 환형동물문 거머리강에 속하는 무척추동물의 총칭이다. 전 세계에는 500여 종이 살아간다. 대부분 논과 같은 민물에 산다. 일부는 육상에서 생활하기도 하고 바다에 사는 종도 있다고 한다. 피를 빨아 먹는 종은 약 75% 정도이고,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종은 25%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리 부근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는 흡반에 달린 날카로운 이빨로 피부를 파고 들어가 흡혈한다. 이때 상처 부위를 국소 마취시키는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거머리가 달라붙은 줄도 모른 채 피를 헌납할 수밖에 없다. 거머리가 달라붙은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통증도 느낄 수 없다. 그 시절엔 철분이 아주 부족했던 시절이었는데, 일에 몰두하다 보면 수십 마리 거머리가 발과 다리에 들러붙어 피를 빨기도 했다. 화들짝 놀라 울면서 어른들 앞으로 펄쩍펄쩍 뛰어다녔던 기억도 난다. 어쩔 수 없이 꽤 많은 피를 제공한 후에야 제풀에 나가떨어지게 하거나 다른 사람 도움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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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꼬리투구새우가 사는 마을 논.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거머리는 개체 한 마리당 최소 50mL 이상의 피를 빨아내는데 자기 몸 크기의 3배 이상 부풀어 오를 때까지 흡혈에 몰두한다고 한다. 한 번 배가 터지게 피를 먹고 나면 몇 달 동안 먹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무서운 존재다. 그런데 그 많던 거머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농약을 많이 친 것이 개체 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농사짓는 방법이 바뀐 부분도 원인이 될 수 있겠다. 요즘에도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짓는 논에서는 종종 볼 수 있긴 하다.

거머리와 달리 긴꼬리투구새우는 특정 논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름 그대로 꼬리가 길고 머리와 가슴이 투구 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영화에서 묘사되는 외계 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손에 올려놓고 관찰하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3억 5000만 년 전 고생대 석탄기, 중생대 백악기 때 생김새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화석 생물이다. 지구 전체에는 유럽투구새우, 미국투구새우, 아시아투구새우, 오스트레일리아투구새우 4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투구새우로 부르는 종이 살고 있는데 흔히 긴꼬리투구새우라고 부른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10월에 긴꼬리투구새우 논문이 처음 발표되었다. 긴꼬리투구새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거제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물 관찰을 하던 변영호 교사의 역할이 컸다. 최근에는 15년 동안이나 긴꼬리투구새우 연구한 결과물을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란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긴꼬리투구새우는 모내기 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5월 중순부터 7월 초쯤이다. 40일 정도 생존한다. 처음 발견 되던 시기에는 법정보호종이었다가 2012년에 해제되었다. 농약을 뿌리지 않는 유기농업 때문에 긴꼬리투구새우가 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지 만은 않다고 한다. 농약을 쓰는 논에서도 꽤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 논에서 함께 살아온 생물이었는데 관심을 갖지 않아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변영호 교사는 책에서 말하고 있다. 다른 생물도 마찬가지지만 긴꼬리투구새우는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발견 되는 곳이 전국으로 확대되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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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와 긴꼬리투구새우.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변영호 교사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긴꼬리투구새우가 발생하는 조건은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는 물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온도가 맞아야 한다. 셋째는 건조 기간을 거쳐야 한다. 두 가지 조건은 이해가 되는데 세 번째 조건은 좀 의아한 면이 있다. 물속 생물들 대부분은 건조한 상태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긴꼬리투구새우는 반드시 건조 기간을 거쳐야 부화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에 살아남아 수 억 년을 생존해온 비밀이 건조한 기간 거치는 생존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발생 조건이 맞아떨어져도 약 20~30%만 먼저 부화하고 2~3번 반복하면서 모두가 부화한다고 한다. 부화한 지 10일째부터 죽을 때까지 약 30일 동안 알을 낳는다. 봄이 오기 전 가을과 겨울 동안 극한의 건조를 견디는 비결은 알 구조에 있다. 알의 가장 바깥층인 난각은 알의 약 46%를 차지하는데 이 난각 덕분에 알은 긴 휴면 상태와 건조한 환경 변화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체가 낳는 알 개수는 대략 300개 이상이라고 한다. 어떤 연구자에 따르면 15년 동안 책상 서랍에 보관하던 알을 부화시킨 적도 있다고 한다. 알아 가면 갈수록 신비한 생태 특성을 지닌 생물임을 알 수 있다. 함안에서 발견된 아라홍련은 700년 만에 싹을 틔우기도 했으니 자연과 야생의 생존 전략은 은밀하고 위대하기만 하다.

인류가 논에서 벼를 재배한 시기는 기원전 약 8000~5000년 전쯤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야생 벼가 서식하는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지역에서 벼농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4000년 전에 벼농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벼 품종은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벼는 논에서 잘 자란다. 사전적 의미로 논은 '물을 대어 벼를 재배하는 땅'이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논갈이가 시작된다. 흙을 갈아엎어 딱딱한 흙을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논두렁을 만들어 물을 가둘 수 있게 대면 물 대기가 시작된다. 이때 하천에 있던 다양한 생물들이 수로를 따라 논으로 들어온다. 논에 물을 채우고 나면 써레질을 하게 되는데 모내기하기 전 논흙을 부드럽고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이다. 이 시기 써레질을 끝내고 나면 본격적으로 모내기를 하게 된다. 볍씨를 뿌려 모를 키우던 못자리에서 모를 뽑아 모내기할 논으로 옮겨 적당한 간격으로 모를 심는 작업이 이어진다.

긴꼬리투구새우 알이 벼논에서 부화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긴꼬리투구새우뿐만 아니라 풍년새우도 이 시기에 부화한다. 풍년새우는 동북아시아에 주로 분포하는 절지동물의 일종이다. 초여름에 논이나 작은 물웅덩이에서 발견되는데 화학 비료와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는 보기 힘든 생물이다. 풍년새우는 여름 더위에 강해 암컷은 산란하면서 10월경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알은 한 번에 500개 정도 낳는데 긴꼬리투구새우와 마찬가지로 건조에 아주 강해서 수년에서 10년 후에도 부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년새우라는 이름은 옛날에 이 새우가 대량 발생하게 되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몸 빛깔은 보통 무색이거나 투명하게 보이는데 때로는 연한 녹색을 띠기도 한다. 다리에 붉은 점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가만히 관찰해보면 등을 아래쪽으로 하고 다리를 펄럭펄럭 움직여서 천천히 헤엄치며 다닌다. 거머리나 긴꼬리투구새우는 약간 징그러워 보이는 반면 풍년새우는 아주 귀여워 보인다. 한참을 관찰하고 있어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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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꼬리투구새우가 사는 논.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한여름이 끝나면 논에서는 물 빼기가 시작된다. 수확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시기가 되면 논에 있던 물은 완전히 빠지게 된다. 미꾸라지를 비롯한 다양한 물속 생물들은 수로 따라 하천이나 물웅덩이 쪽으로 서식지를 옮겨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긴 겨울을 준비해야 하고 건조한 시기를 견디기 위해서다.

반면에 긴꼬리투구새우와 풍년새우 알은 극한의 건조시기를 견디면서 다음 발생을 기다린다. 그래서 풍년새우가 보이는 논에서 긴꼬리투구새우도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풍년새우는 긴꼬리투구새우가 즐겨 먹는 먹이이기도 하다. 긴꼬리투구새우나 풍년새우는 계곡 옆에 있는 논이나 계단식 논보다 큰길가에 있는 논에 많이 산다. 큰길가 논이 부화하기에 알맞은 물 온도를 유지하고 겨울에 바짝 마르는 건조한 진흙 논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동네 큰길가에 있는 논에서 자치기하고 축구도 했었는데 바로 알고 보면 그 논이 바로 긴꼬리투구새우가 오랜 세월 동안 번식하면서 살아왔던 논이었던 것이다.

물이 깨끗하고 계곡물이나 지하수가 바로 흘러드는 논은 물 온도가 차가울 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축축한 상태로 있어 긴꼬리투구새우가 발생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긴꼬리투구새우가 발견된 논이라고 해서 무조건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긴꼬리투구새우나 풍년새우 알이 이동하는 방법도 특이하다. 논에서 논으로 연결되어 있는 물길을 이용하기도 하고, 주변 사물과 바람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신고 있는 양말이나 장화 그리고 농기구 등에 묻어 이동하거나 세찬 바람에 날려가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논에서 살아가는 생물들 대부분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이 만든 논의 생태 환경에 맞게 적응하며 살아온 특성을 보인다. 생물 종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매우 다양함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논을 비롯한 주변 생물들을 관찰하면서 알게 되는 자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긴꼬리투구새우와 풍년새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그들만의 독특한 생존 전략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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