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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마다 어울리는 잔은 따로 있다

[우보라의 곤드레만드레] (7) 맥주 덕후의 종착역
맥주 스타일 따라 골라야
'머그·플루트'잔에는 라거
에일은 '고블릿·튤립'잔에
'파인트' 어디든 잘 어울려
제조사 만든 전용잔 강추
최상의 맛 느끼도록 제작

우보라 기자 paolra@idomin.com 2018년 08월 01일 수요일

맥주를 마시다 보면 이 덕질의 '종착역'은 어딜까 생각하게 된다. 비싼 맥주? 아니면 희소성 있는 맥주? 그것도 아니라면 맥주 만들기? 물론 맥주 덕후 수만큼 많은 답이 있겠지만 나는 맥주잔이라고 생각한다. 알고 보면 맥주는 와인만큼이나 어디에 따라 마시는지가 중요한 술이기 때문이다.

맥주는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좋다. '병나발' '캔나발'도 좋을 때가 있지만 맥주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잔에 따라 마셔야 한다. 첫째, 거품이 생기기 때문이다. 맥주 거품은 맥주의 탄산과 향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면서 맛의 부드러움은 더한다. 둘째, 더욱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잔이 맥주의 향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잔에 따라 마시면 자연스레 코가 잔 안으로 들어가 향을 맡기에 더 좋다.

그렇다면 어떤 잔을 골라야 할까. 답은 맥주 스타일에 있다.

파인트(Pint) 잔은 맥주잔을 꼭 하나만 장만해야 한다면 추천하고픈 잔이다. 파인트는 용량과 모양이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파인트는 주둥이에서 하단으로 일직선으로 좁아지는 형태로 보통 473㎖다. 영국에서 사용하는 파인트는 기네스 맥주 전용잔 모양을 떠올리면 되는데 주둥이 아래쪽이 불룩한 형태로 대부분 568㎖이다. 밋밋한 모양을 가졌지만 맥주 외에 탄산음료나 에이드 등 음료를 마실 때 활용하기 좋고 비교적 세척하기도 쉽다. 파인트는 라거와 에일 상관없이 두루 잘 어울린다. 고로 어느 잔에 따라 마시면 좋을지 고민될 때 파인트를 선택하면 '기본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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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Mug) 잔은 호프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명 '500잔'. 이 잔은 측면에 손잡이가 달린 데다 다른 맥주잔에 비해 유리가 두꺼워 차갑게 마셔야 맛있는 라거 계열 맥주에 어울린다. 물론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하기에도 좋다.

바이젠(Weizen) 잔은 한때 유행처럼 생겼던 스몰비어에서 '크림 생맥주'를 담아주던 바로 그 기다란 잔이다. 입구 상단 아래가 불룩한 반면 밑단이 홀쭉하다. 바이젠 글라스는 이름 그대로 바이젠(독일식 밀맥주) 맥주를 위한 잔으로 밀맥주를 마실 때 대부분 적합하다.

플루트(Flute) 잔은 좁고 길쭉한 원통 모양으로 샴페인잔을 닮았다. 홉의 향기를 모아주고 탄산이 빨리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특징. 필스너 우르켈 전용잔이 바로 이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라거류를 따라 마시면 좋다.

고블릿(Goblet) 잔은 주둥이가 넓은 둥그스름한 잔 아래 자루가 달려 있다. '성배'를 연상시키는 모양새로 에일 맥주를 마실 때 적합하다. 잔 아래를 감싸 쥐고 맥주를 마시면 체온이 자연스레 맥주에 전달되기 때문에 라거보다 비교적 높은 온도로 마셔야 하는 에일에 딱이다. 특히 맛이 진한 트라피스트 맥주나 애비 맥주를 마실 때 활용하면 좋다. 참고로 오르발(Orval), 로슈포르(Rochefort), 베스트말레(Westmalle), 세인트 버나두스(St. Bernardus) 등 전용잔도 모두 고블릿이다.

튤립(Tulip) 잔은 고블릿과 유사한 모양새를 가졌으나 주둥이가 더 좁아 거품을 오래 유지한다. 와인잔과 모양이 유사하며 향을 음미하는 데 탁월하다. 역시 에일을 마실 때 활용하면 좋다.

최근 맥덕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잔은 브랜디와 코냑을 따라 마실 때 활용되는 스니프터(Snifter)다. 스니프터는 몸통이 통통한 반면 주둥이가 좁고 손잡이 부분이 짧다. 임페리얼 스타우트·더블 IPA 등 알코올 도수가 높거나 홉이 풍부하게 들어간 맥주를 마실 때 적합하다. 이 잔에 맥주를 담아 스월링(Swirling·와인을 마실 때 잔을 둥글게 돌려주는 것. 와인에 공기를 섞어 향을 발산시킨다)을 한 후 맥주를 마시면 익숙한 맥주도 전혀 다르게, 더 맛있게 느껴진다나 어쩐다나.

맥주 스타일과 상관은 없지만 맥주 덕후들의 수집욕을 자극하는 잔으로 부츠(Boot) 잔이란 것도 있다. 의아하겠지만 맞다. 주로 가을, 겨울에 신는 그 신발. 물론 진짜 부츠로 만든 것은 아니고 부츠 모양을 한 유리잔이다. 사회 초년생 때 술자리 벌칙으로 일명 '신발주'를 마신 적이 있는데 이후로 신발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술잔'이 됐다. 부츠 잔도 이와 비슷한 유럽의 문화 속에서 탄생해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 독일 맥주 제조사인 바이엔슈테판(Weihenstephan)은 올해 러시아 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이 잔을 한정 생산, 판매했고 이는 맥덕들 사이에 소소하게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참고로 부츠 잔은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2009년 작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도 잠깐 등장한다.

이러쿵저러쿵 떠들었지만 맥주는 사실 해당 맥주 제조사에서 만든 전용잔에 마시는 게 가장 좋다. 전용잔은 대부분 그 맥주의 맛을 가장 충실하게 표현하도록 제작됐기 때문이다. 물론 로고가 박힌 잔에 해당 맥주를 따라 마실 때의 심리적 만족감도 무시 못 한다. 맥주 한 잔이 진정으로 완성된 것 같은 그 기분! 이 맛에 맥주잔을 모으는 이도 속속 생겨나는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국산 맥주 업체들은 맛 개발까지 갈 것도 없이 맥주잔만 놓고 봐도 '게으르다'. 술집이나 식당에서 사용되는 잔 아니면 '소맥잔'이 고작이다.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일까, 국산 맥주업체들이 외국산의 맹추격에 매출 하락한다고 푸념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때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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