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발견하는 기쁨…무대서 이웃과 나눠요"
주부·배달원·보험설계사 등
아마추어 배우들 긴장감 역력
관객 문턱 낮추며 생활 속으로

어색하지만 무언가 정겨운, 그러면서도 짠한 느낌이 살아 있는…. 아마추어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란 이런 거다.

지난 27일과 28일 열린 시민극단 '이중생활' 창단 공연 <작은할머니 : 그 여자의 소설>(엄인희 작, 고능석 연출)이 딱 그랬다.

이중생활은 지난해 12월 창단한 신생 극단이다. 단원들은 아직 아마추어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경남문화예술회관과 진주 극단 현장이 시민들 대상으로 진행한 '인생열전 내가 바로 국민 배우'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이 모여 만들었다. 보험설계사, 교사, 약사, 주부, 퀵 배달원, 무용수, 강사 등 직업도 다양하다.

시민극단 '이중생활'이 창단 공연으로 <작은할머니 : 그 여자의 소설>을 선보였다. 지난해 경남문예회관과 진주 극당 현장이 시민들 대상으로 진행한 '인생열전 내가 바로 국민 배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 /시민극단 이중생활

이들이 굳이 자신을 스스로 시민 극단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극단 이중생활이 아니라 시민극단 이중생활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단원들이 전업배우가 아닌 이유도 있지만, 서부 경남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연극을 통해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 터전에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창단 공연 인사말 중에서)

이들이 정식으로 극단을 결성한 이상 이제는 연극이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게 됐다. 어색한 연기나마 제대로 하겠다는 진정성이 공연 내내 느껴지는 이유다.

창단 공연 작품으로 선택한 <작은할머니 : 그 여자의 소설>은 고 엄인희 작가가 1989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어느 집안에 씨받이로 들어온 '작은 댁'의 일대기를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의 고통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굳이 이 작품을 고른 이유를 물어보니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중생활 단원은 모두 14명. 남성이 4명, 여성이 10명이다. 이 중 11명이 창단 공연에 배우로 참여했는데, 8명이 여성이다. 가능하면 모든 배우를 참가시키려고 하니 여성 인물이 많은 작품을 고르게 됐다.

작품 선정은 지난 3월에 했지만, 그동안 신생 극단으로 나름 바쁜 시간을 보냈다. 3월에는 진주걸인기생독립단 만세운동 재현극, 4월에는 극단 현장 <여가수 진수린>, 5월에는 진주논개제 논개순국재현극 <의기 논개>에 잇달아 참가한 것이다. 그러고 5월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창단 공연이니 엄청나게 긴장을 했을 테지만,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능청스럽게 연기를 이어갔다. 관객들은 때로 진지한 눈빛으로, 때로 박장대소로 호응했다. 오랫동안 이들에게 연기 지도를 했던 극단 현장 고능석 대표의 얼굴에서도 공연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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