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써야 할까요…." 안세홍 사진가에게 물었다. "아주 어둡고 슬프게 쓰지 않으면서 할머니들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리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도록…." 그에게 미처 다 묻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지난달 창원 창동예술촌에서 안 작가를 만났다. 20년 넘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찍은 사람. 그는 몇 년 만에 창원에서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전을 열었다. 한국,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등 위안부 피해자들의 얼굴이 액자 속에 담겨 커다란 한 작품처럼 이어졌다.

"상대방을 모르면 인물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죠." 그의 이 한마디에 할머니를 만나려고 홀로 짐을 꾸렸던 그의 마음과 낯선 오지에서 험난했을 날들이 그려졌다.

또 일본에 산다는 그의 가벼운 말이 무겁게 다가왔다. 역사적으로 위안부 제도를 배워본 적 없는 일본 국민에게 알리고자 터전을 옮겼다고 했다.

전시를 보면서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에서 만났던 김정숙 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회장이 떠올랐다. 몰랐으면 몰랐지 알게 된 이상 멈출 수 없다며 일본군 위안부·정신대 피해 할머니들과 관부재판을 한 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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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고통은 저멀리 먼발치에 두고서 외면하고 싶다. 하지만 알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뭐라도 바꿔야 한다는, 끓어오름을 피할 수 없다.

오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정부가 민간에서 행하던 이날을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인정하겠다고 한 2018년 8월 14일.

앞으로 평생 나만을 위한 초를 켤 수 없다. 자축 34번째 생일. 그리고 함께합니다, 우리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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