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추진 과제 5대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중앙 권한의 획기적인 지방 이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중앙사무의 지방 이전을 돕는 지방이양일괄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약속에 따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일괄이양을 위한 관계 법률정비와 지원에 관한 법률'(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을 마련했다. 자치분권위는 연내 제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앙 사무의 지방 이양은 해묵은 과제다. 김대중 정부의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시작으로 역대 정부에서도 추진됐다. 이명박 정부까지 지방 이양 사무가 3101건 확정되었고 그동안 1982건의 이양이 완료되고 1119건이 미완인 상태였다가 2016년 12월 지방재정분권특위 회의에서 616건이 미완으로 남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가까워졌지만 중앙정부 사무의 지방 이양률은 70%라고 한다. 수많은 사무를 개별적으로 이양하는 것은 시간과 재정이 크게 드는 데다 각 부처 간 이해관계가 작용하여 지지부진하였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부터 지방이양일괄법이 추진되었지만 19·20대 지방재정분권특위가 설치되기까지 국회의 비협조도 한몫했다.

이번에 자치분권위에서 마련한 지방 이양 대상의 국가 사무는 해양수산부 119개를 비롯하여 19개 부처 소관 518개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검사명령, 인허가, 신고등록, 과태료 부과 등이다.

물론 법안이 상임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는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법안을 개별 상임위원회가 아닌 국회 운영위원회에 일괄 회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일단 본회의 회부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지방자치 의지가 적극적이고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청신호가 켜진 상태이니만큼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사무 이양은 지방이 주도적으로 행정을 추진하게 함으로써 지방분권과 자치 실현을 이루는 핵심 가치다. 지방분권 개헌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에서 법안 통과에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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