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노회찬 애도 분위기가 너무 울적해서 마산 창동의 씨네아트 리좀에 영화를 보러 갔다.

제목은 <펠리니를 찾아서>. 주인공 루시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암 발병과 20대 초 순탄치 않은 생활 중에 이탈리아 영화의 거장 펠리니를 기념하는 영화제에 간다. 이후 우상이 된 펠리니를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 펠리니 영화의 배경이 된 베로나, 베네치아, 로마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마주치고 이야기도 하는 등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체험을 하게 된다.

후반부에 결국 펠리니를 그의 집 앞에서 만나고 카페에서 이야기도 나눈다. 환상적인 체험을 하고 미국 집으로 돌아오자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이탈리아 여정에서 만나게 된 연인이 1993년 그해에 만나고 죽은 펠리니와 겹치는 장면이 동시에 연출된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그립고 만나고 싶은 감정을 극대화시킨 장면으로 기억된다. 영화처럼 몇십 년 후에 누군가 노회찬을 영상이나 책을 통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가게 된다면 어느 곳을 가게 될까?

서민 대통령 노무현은 김해의 봉하마을에 찾아가면 된다. 독립군의 전설 김원봉은 밀양의 해천독립운동테마거리와 의열기념관으로 가면 되고 의병장 곽재우는 의령에서 만날 수 있다. 노동정치인 노회찬은 노동자의 도시 창원에서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창원 도심에 있는 지역구 의원사무실을 가칭 '노회찬기록관'으로 하고 의정활동, 스크랩, 사진 등의 기록물을 전시 관리했으면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민 정치인의 삶이 계속해서 알려지는 중심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창원에서 함께했던 사회적 약자, 노동자, 당직자 등의 이야기도 시민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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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로 인해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말이 생겼다. 창원은 '노회찬 보유시'였다. 그는 마지막 의원선거에서 창원시민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대한민국 전체가 창원을 주시하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었다. 이제는 다시 창원이 대한민국의 노동운동 상징을 어떻게 잘 환기시켜 나가는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사무실이라도 그를 찾아가 볼 수 있는 현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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