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경기 탓인지 몰라도 초저녁에 손님이 없더니 밤 8시가 넘어서자 청년 5명이 들어왔다. '김해10미'로 불리는 뒷고기집 문을 연 지 1년 되는 날 사건이 생겼다. 손님 중 간혹 서로 계산을 미루며 화장실을 찾고 도망을 가는 것을 겪었기에 숯불을 피우며 주시했는데, 둥근 탁자에 앉아 호기롭게 뒷고기를 안주 삼아 소주를 찾던 이들이 계산은 할 생각 없이 대뜸 한 명이 일행을 쳐다보며 "이쪽은 아직 고등학생인데요"한다. 아차 싶어서 처음에 없었는데 언제 왔느냐 물으니 중간에 들어왔다며 아직 고등학생이라 한다.

(사례2) 대학 3학년을 다니다 휴학하고 육군에 입대하여 전역하고 나오니 아직 학기 시작까지는 3개월이 남았기에 등록금에 보태기 위해 집 근처 CU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시작했다. 밤 11시쯤 건장한 체격의 청년 4명이 들어와 캔맥주와 안주를 찾았다. 한눈에 봐도 대학생풍이라 "대학생 맞지요?" 물으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 한다. 별다른 의심 없이 캔맥주 4개와 마른안주를 주었고 청년들은 CU편의점 앞 간이탁자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잠시 후 경광등 불빛에 출동한 경찰관이 청년들에게 뭐라 하더니만 가게로 들어와 "왜 나이를 확인치 않고 술을 팔았느냐?" 묻는다.

초보 뒷고기집을 운영하던 김 사장은 평소 알고 지내는 이웃 뒷고기 황 사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분명히 처음 들어온 손님들은 대학생들인데 그중 고등학생이 중간에 들어와 계산을 하지 않고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되느냐 한다" 하니 하다 보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한둘 아니라며 빨리 가게에서 나가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 한다. 법을 악용하고 교묘히 빠져나가는 이들에 분개하면서 신고 이후 미칠 파장을 생각하고 눈을 감기로 했다. 두 번 다시 우리 가게에 오지 말 것을 당부하고 먹다 남긴 마늘과 양파를 치우는데 아삭한 기운에 눈물이 난다.

알바 3일째.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는 팔면 안 된다 말은 들었지만 내 판단에 믿은 확신에 현실은 냉혹했다. 캔맥주를 나이 확인치 않고 팔았다고 진술서에 서명하고 손도장을 찍었다. 캔맥주인데 설마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야간근무를 마치고 사장님에게 알렸다.

사장님은 펄쩍 뛰며 "반드시 주민등록증을 보고 팔아야 된다 하지 않았느냐"고 호들갑이다. 며칠 뒤 경찰서 출석요구를 받고 재학증명서와 반성문을 제출했다. 조사경찰관은 군 생활을 하다 사회 적응을 거창히 한다며 너무 걱정을 말라 하지만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창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유예 처분 통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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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청소년보호법은 19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를 제공하면 요구한 청소년 처벌은 없고 업주만 처벌하고 있다. 벌금과 과징금은 돈 벌어 내면 되지만 영업정지는 치명타다. 이를 악용해 다 먹고나서 미성년자이니 신고하라 하는가 하면 경쟁업체에서 고의로 영업정지를 노리고 알바생을 구한다. 이럴 수 있느냐 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을 악용하는 이들에게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했는데.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도록 할 책무는 우리에게 있다. 혹자는 교육 탓으로 돌리지만, 어제오늘 일이 아님을 우린 안다. 내 아이부터 뻔뻔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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