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승 이주민센터장, "외국인 혐오 현상 우려 이민행정 정책 실현을"

이주노동자에 대한 성추행·폭력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주민센터는 31일 '외국인 폭력 피해, 인종차별의 민낯 고발' 기자회견에서 밀양·남해 등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를 폭로하며, 정부에 '이민행정 정책' 실현을 촉구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ㄱ(25) 씨와 ㄴ(24) 씨는 밀양 청도면 한 농가에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성추행, 부당노동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방글라데시에서 온 ㄷ(22)·ㄹ(22) 씨, 인도네시아에서 온 ㅁ(22) 씨는 남해 한 철강업체에서 수시로 사장의 사적인 일에 동원되는 등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일을 했으며, 사장과 관리자로부터 일상적인 폭언·폭력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특히 ㄱ 씨와 ㄴ 씨는 일할 때 농장주가 자신들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10차례 넘게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농장주 친구를 위한 회식자리에 불려가 음식과 술을 준비하고 함께 춤 출 것을 강요당했다고도 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는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고자 한국으로 왔는데, 성추행을 당하면서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하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는 성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이철승 센터장이 지난 16일 함안에서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이 한 유학생을 폭행하는 장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남해 한 철강업체에 취업한 이주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는 사장의 집 짓는 공사에 투입됐고, 사장 아내 가게 음식물쓰레기·재활용처리·화장실 청소 등을 해야 했다고 했다. 이들은 "3개월 수습기간이 지나면 신고할 것이라고 마음먹었지만, 경찰은 사무실에 CCTV 영상이 없다며 신고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철승 이주민센터장은 3개월 수습기간 동안 고용주가 고용을 거부하면 강제추방된다고 설명했다.

밀양경찰서는 ㄱ·ㄴ 씨가 신고한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참고인 진술만 확보하면 된다. 곧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해경찰서는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이주민센터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과,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고용허가제 재검토, 이민행정 정책 전환 등을 요구했다.

이철승 센터장은 "근본적으로 이런 사건들을 뿌리 뽑고자 이민행정 정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230만 외국인이 상주하는 '이민시대'임에도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는 여전히 규제 업무에 머물러 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에서 보이듯이 잘못된 정보 때문인 외국인 혐오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정부는 외국인 출입관리 행정서비스에서 벗어나 이민행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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