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율 높고 환경 열악, 부당노동행위에 무방비
"고용허가제 폐지해야"

농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인권 개선을 위해 정부가 불법적인 행위를 한 농장주에게 고용허가 취소 등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주와인권연구소는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가 2017년 말 기준 3만 명을 넘었고, 전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1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는 여성 비율이 높다. 2017년 말 고용허가제 제조업 노동자 여성 비율이 5.6%에 불과하지만, 농축산업은 33.8%에 달한다"며 농축산업 이주노동자가 폐쇄적인 환경에다, 여성으로서 취약성이 더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도심에서 떨어진 고립된 지역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더라도 권리 구제가 더 어렵다. 이 때문에 강제노동, 폭언, 폭행, 성폭력, 사생활 침해, 통제, 멸시, 열악한 생활·주거 등의 인권침해를 겪는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2016년 말 고용허가제 제조업 노동자의 미등록 체류율이 11.2%이지만, 농축산업은 21.9%로 2배가량 높다. 이 수치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지만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고 싶지 않은 노동자가 미등록 체류자가 된다"고 했다.

연구소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 근로계약서 위반, 비인간적인 주거 생활환경과 임금 삭감 목적의 숙식비 제공, 불법적 파견근로, 농촌의 폐쇄성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기반을 둔 강제 노동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농축산업 노동자의 최소 노동 조건 보장을 위한 법 규정 신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과 직장 건강보험 가입 보장 △근로계약 체결, 이행, 최저임금법 준수에 대한 현실성 있는 감독 방안 마련 △농축산업에 빈번한 불법적 행위, 인권 침해에 고용허가 취소 △주거기준 마련, 위반 사업장에 고용취소·고용제한 △폭언·폭행·성폭력·협박 등 인권침해 발생 시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 보호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열악하고 고립된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아예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가 3년간 3번을 초과해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는 것은 극심하게 신체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통받던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올해만 고용허가제를 비관해 네팔 이주노동자가 4명이나 숨졌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깨끗하고 안전하지 않은 기숙사 환경, 보호 장비 없는 위험하고 해로운 작업장,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용자와 직장 동료, 인종 차별과 인권 유린의 현장을 이유로 사업장 이동을 원한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인권에 입각해 노동자로, 사람으로 인정하는 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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