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전력 부족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산업용 전동기 효율을 3%만 높여도 1기가와트(GW)급 원전 108기를 안 지어도 된다는 글로벌 연구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세계 최대 규모 전력산업체 기술협의체인 '국제대전력망회의(시그레·CIGRE)'에서 회전형 발전기와 전동기 분야를 담당하는 워킹 그룹(Working group) 'A1.47'이 전 세계 고효율 전동기 개발 관련 특별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워킹그룹 위원장으로는 국내 전기 전문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원장 최규하) 전동력연구센터 강도현 책임연구원이 활동하며 발간을 주도해 더 눈길이 간다. 한국인 연구자가 시그레(CIGRE) 워킹 그룹을 구성하고 위원장으로 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용 전동기는 전 세계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전력 기기로 글로벌 전력소비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국내 전력소비량 중 전동기 비중은 54%(30조 8000억 원·275TWh)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동기 효율을 3%만 높여도 108기가와트(GW)의 발전설비를 짓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을 냈다. 이는 1GW급 원전 108기를 짓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378TWh의 전력소비를 줄여 약 302억 달러(34조 원)를 절감할 수 있는 수치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국제 효율 표준에 따라 전동기 등급을 일반 전동기(IE1)→ 고효율 전동기(IE2)→ 프리미엄 급 전동기(IE3)→ 슈퍼 프리미엄 급 전동기(IE4)→ 울트라 프리미엄 급 전동기(IE5)로 구분한다. IE4와 IE5는 2014년 새롭게 발표한 표준으로 전동기 효율을 높여 전 세계 발전설비 절감을 유도하겠다는 IEC 의지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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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기연구원 전동력연구센터 강도현 책임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강도현 책임연구원은 고효율 전동기 관련 특별보고서 작성을 2014년 11월 시그레(CIGRE)에 제안해 승인받았다. 이후 9개국 글로벌 전력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 'A1.47'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들과 함께 전동기 효율을 슈퍼 프리미엄 급(IE4)과 울트라 프리미엄 급(IE5)으로 개선하려는 기술 구현이 가능한 설계·재료·생산기술을 조사했다. 이 조사 결과를 대량 생산과 의무사용화 시점, 발전설비 저감량을 제시하는 특별보고서를 발간했다.

강도현 책임연구원은 "울트라 프리미엄 급의 초고효율(IE5) 전동기는 20년 후 국내에서 의무 사용될 전망"이라며 "한국은 이 전동기 산업의 선도자(first mover) 역할을 해야 한다. IE5 전동기 사용 시기를 10년 정도 앞당기는 생산성을 확보하면 세계시장 10%를 점유할 수 있다. 이는 20조 원에 이르는 시장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책임연구원은 "현재 전동기 시장은 독일 등이 주도하지만, 초고효율 전동기로 바뀌면 어떤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지는 알 수 없다. 그 시장 주인에 한국 기업이 올라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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