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일주일 앞두고 거창연극제 파행
근원적인 해결책 찾아 명맥 이어가길

이 시점에서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가능성이 보였으면 하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일까. 거창국제연극제 이야기다. 2년의 파행 끝에 이제 제대로 치러지나 싶었는데 그 해묵은 갈등은 결정적인 순간에 터지고 말았다. 연극제 개최 단 일주일을 앞두고 행사를 지원키로 했던 추경예산이 모두 삭감된 채 거창군의회를 통과해버린 것이다. 돈 한 푼 없이 무엇으로 행사를 치르나. 연극제를 주관하는 집행위원회 처지에선 청천벽력같은 사태가 벌어진 상황이다. 컴퓨터로 글 쓰는 처지에서 보면 긴 기사를 거의 완성해 갈 즈음에, 이제 다 됐다 하고 마무리하려는 찰나 컴퓨터 에러로 모든 게 허사가 되어버린 느낌 아닐까. 서두에 한 줄기 희망을 언급한 것은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이 위기 상황에서 그나마 거창국제연극제가 이대로 파행으로 치달아 재기의 동력마저 잃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거창연극제 참가 예정이었던 극단 관계자를 통해 들은 얘기로, 몇몇 극단이 지원금 없이 재능기부 공연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단다. 30년 전통의 연극제가 이렇게 무너지도록 놔둘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일 것이다.

거창국제연극제를 보는 시각을 한 번 더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거창국제연극제는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계속 이어져가야 할 가치가 충분한가? 지금까지 나온 여론을 종합해 볼 때 대부분 존속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공연 일주일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러시아 등 외국의 여러 공연팀을 초청해놓은 상황에서, 국내 초청 극단, 경연 참가 극단을 모두 선정해 일정을 잡아놓은 상황에서, 수많은 팬이 거창 수승대 여름휴가를 연극제 일정에 맞춰 잡아놓은 상황에서 지원을 끊은 것은 옳은 결정일까.

25일 있었던 제234회 임시회 제2차 예결위 군의회 방송을 통해 묘한 흐름을 감지했다. 진흥회 측에서 앞서나갔다는 것이다. 군과 협의도 안 된 상황에서, 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멋대로 추진했다는 게 괘씸하다는 분위기가 읽혔다. 도비까지 2억을 확보해놓은 행사, 구인모 신임 군수의 대표 공약이었던 거창국제연극제는 그렇게 괘씸죄란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행사 집행부에서 예산을 제 마음대로 사용해서? 행사 운영을 독단적으로 해서? 그게 문제라면 정말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 정말 다시 강조하건대,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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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이 칼럼난을 통해 이중개최 논란에 섰던 거창국제연극제가 올해는 하나로 정상화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멀리 보는 지혜를 주문했다. 거창국제연극제의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지금까지 오게 됐는지. 그 위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몇몇 참가 극단이 재능기부를 통해서라도 거창국제연극제를 살려야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건 감동적인 장면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다들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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