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연내 제정 추진
항만관리·교통안전 업무 등 소요 인력·비용 산정 계획
문재인 정부 분권 실현 시험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19개 정부 부처 소관 518개 국가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기 위한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을 마련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으나 미이양된 사무의 일괄 이양을 위한 것으로 각 부처와 협의를 통해 최근 완성됐다. 조만간 행정안전부 입법예고를 거쳐 연내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부처별로는 해양수산부(119개)와 국토교통부(92개), 환경부(61개), 여성가족부(53개), 고용노동부(34개), 산림청(24개) 순으로 소관 사무가 많고, 유형별로는 인·허가(130개), 신고·등록(97개), 검사·명령(131개), 과태료 부과 등 기타사무(160개)로 구성돼 있다.

가령 전국 60개 항만 중 35개에 달하는 지방관리 무역항·연안항의 사무가 시·도로 이양되는데 경남의 경우 하동항·통영항·고현항·옥포항·삼천포항·진해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치분권위 관계자는 "지방관리항의 항만시설 공사와 선박 입출항 신고, 항로 지정 등 119개 업무가 이양 대상"이라며 "각 시·도로 이양되면 지방관리항 인접 주민의 소득과 생활 여건, 지역 내 산업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항만시설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정안에는 그간 지자체가 제기해온 지방이양에 따른 인력과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가칭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 설치안도 담겼다.

관련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민간 전문가로 구성될 위원회는 지방이양 후 소요 인력과 비용을 조사·산정하는 한편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화두가 된 지방이양일괄법이지만 관련 논의가 시작된 건 전두환·노태우 군사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지방이양합동심의회를 구성해 일부 중앙사무를 지방에 이양했으며 이어 김대중 정부도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통해 지방분권을 가속화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3년간 지방이양 대상으로 확정된 업무는 총 3101개다.

성과는 그러나 불충분한 편이다. 아직 1119개 사무가 이양되지 않았다.

해당 부처나 국회 상임위원회가 자신의 업무 영역 상실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이해 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는 게 행안부 측 설명이다. 이번에도 제정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배경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지방이양일괄법 추진을 공약한 여권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방자치가 시작된 후 20년이 넘었지만 중앙정부 사무의 지방 이양률은 70%에 머물고 있다"며 "지방이양일괄법 입법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과거에는 법안 내용이 국회 상임위 10곳과 연관돼 법안 접수 자체가 어려웠으나 이번에는 여야 합의로 국회 운영위에 일괄 회부하기로 한 만큼 낙관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은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은 문재인 정부가 강한 의지를 표명한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한 첫 조치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통해 지방분권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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