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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국제연극제 파행, 불투명한 운영으로 쌓인 깊은 불신 원인

진흥회-군 갈등에 빛바랜 지역축제 신화 30년 명성
보조금 집행 의혹서 시작 '회장 독자 판단' 비판도
"개최 단절 안돼" 공감대·"시스템 확 바꿔야" 지적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07월 30일 월요일

어디에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거창국제연극제 이야기다. 지난 26일 열린 거창군의회 234회 임시회에서 거창국제연극제 지원 명목으로 추가된 5억 원을 삭감한 추경 예산안이 통과됐다. 개막식을 겨우 일주일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이달 초 (사)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로부터 거창국제연극제가 3년 만에 정상화된다는 보도자료를 받았었다. 여기서 정상화란 말은 거창군 예산 지원을 다시 받게 됐다는 말이다. 이후 연극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군청 주변으로 연극제 홍보물이 도배됐다. 행사 프로그램이 확정되고, 티켓 판매도 시작했다.

그런데 군의회에서 예산을 없애버렸다. 임시회 과정을 지켜보니 군의원들이 8월 3일 개막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닌 것 같다. 알면서도 그랬다는 건, 더 깊은 곳에 해결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 깊은 곳에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이종일 회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

거창국제연극제(2015년) 자료사진.

◇거창군의회 임시회 풍경 = 최근 몇 년 사이 거창군 문화관광과장은 군 공무원들이 가장 꺼리는 자리가 됐다. 국내 최고 연극 축제라 불리던 거창국제연극제가 파행을 겪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어쨌거나 담당부서장으로서 이해당사자나 군의원들에게 시달림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3일부터 열린 거창군의회 임시회에서도 거창국제연극제는 '폭염보다 더 뜨거운 감자'였다. 본회의에 앞서 지난 24일 열린 총무위원회. 이 자리에 참석한 류태경 거창군 문화관광과장에게 '난감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과장님 개인 생각에는 연극제를 올해 꼭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올해도 파행이 되면 축제가 단절될 우려가 있습니다. 조금 축소하더라도 열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추경 예산에 연극제 지원금을 올린 것은 군수님 의지입니까, 과장님 의지입니까?" "군수님 공약 사항이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으로서 이행 책임이 있습니다."

25일 열린 예산결산심의위원회에서는 반대로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총무위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됐는데, 과장님이나 직원들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미리 의원들 설득도 하고 그랬으면 좋잖아요." "저는 의원님들을 각각 찾아다니면서 충분히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이미 류 과장은 16일 열린 거창군의회 주례회의에서 '소통과 화합으로 민관 상생·재도약을 위한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 및 발전방안'을 보고했었다. 우선 경과 설명으로 그동안 연극제를 운영하던 (사)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의 보조금 집행 불투명성으로 불신과 갈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거창국제연극제란 큰 문화관광콘텐츠가 활용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당장 8월 3일 열리는 30회 거창국제연극제를 지원하고자 도비 2억 원에 군비 3억 원을 보태 5억 원을 2018년 제1차 추경 예산에 올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1일 취임한 구인모 군수의 군정목표가 '군민공감 소통화합'이기에 이제는 연극제 관련 갈등을 풀어야 할 때라는 이유였다. 이번이 거창국제연극제를 정상화할 기회였음에는 분명했다.

26일 오후 2시 (사)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이종일(오른쪽) 회장이 거창군의회 방청석에 앉아 임시회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의회는 연극제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추경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서후 기자

◇한국 지역축제의 신화 = "지역축제와 성공적인 결합을 일궈낸 국내 최고의 야외연극축제다. 특히 자연, 연극, 인간이라는 주제에 충실한 새로운 형태의 연극을 다수 선보여 많은 연극 전문가와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지역축제 항목에 있는 거창국제연극제 소개다. 지난 30여 년간 거창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이미 지역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야외 연극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과 비교되면서 거창은 '한국의 아비뇽'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신화를 일궈낸 이가 이종일 회장이다. 이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이 회장이 대표로 있는 극단 입체가 1989년 10월에 연 '시월연극제'가 거창국제연극제의 모태다. 경남 지역 연극단체 화합과 지역 연극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시작된 지역 행사였다. 행사는 갈수록 발전해 1994년 6회 때는 '거창전국연극제'로, 1995년 7회부터는 국제연극제로 확대됐다. 그리고 거창군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1998년 제10회부터는 여름 축제로 거듭났다.

거창군과 갈등이 시작된 후 2016년, 2017년 행사를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치러낸 것에는 이런 이 회장의 오랜 저력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저력만으로 행사를 계속 치를 수는 없었다. 지난 2년간 연극제를 열며 빚을 많이 졌기에 올해는 거창군 지원이 꼭 필요한 시점이었다.

◇뿌리 깊은 불신의 시작 = 최근 거창국제연극제와 관련해 가장 치열하게 토론이 벌어지는 곳이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 거창군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다. 일반인도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기에 토론 내용이 공무원 노조와는 관련이 없다.

이 게시판에서 이종일 회장을 비판하며 일컫는 대표적인 말이 '여우'다. 더 정확하게는 세금 먹는 여우라는 뜻으로 쓰인다. 비판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이 보조금 집행의 불투명성이다. 보조금 집행은 오랜 골칫거리였다. 2008년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가 감사원으로부터 보조금 관련 감사를 받자,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진흥회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거창국제연극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축제평가 '유망축제'에서 최근 최하위등급으로 몰락했다.

지역 연극인들은 이 회장의 '옛 방식 운영 고수'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는 독자 판단과 개인적인 행사 운용 같은 것이다. 옛날에는 가능했겠지만, 시대가 바뀐 지금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체부는 2015년 거창국제연극제 평가를 하며 '공연예술축제에 맞는 예술감독, 프로그래머 등 전문인력 구성'이란 해법을 냈다. 진단은 정확했으나 당장 실행은 쉽지 않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오랜 파행을 겪는 이유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진흥회는 연극제 축소 개최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참가 극단 재능기부 방식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당장 올해는 그렇다 치고 내년부터가 문제다. 비판자들조차 거창국제연극제가 계속돼야 한다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다. 하지만, 올해까지 3년째 파행을 겪으면서 땅에 떨어진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종일 회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없앨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막막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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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

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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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 2018-07-30 18:57:40    
진짜 꼴뵈기 싫다. 30년 전통의 연극제를 아주 엉망으로 만드는구나. 거창군 공무원들.
자발적으로 해오고 자발적으로 집행해오던 연극제가 잘되니까, 당연히 군 위원들이 껴들고야 싶겠지만,
과연 공무원들이 초청하는 극단 수준이 어떨지. 진짜 안봐도 뻔하다.
공무원들이 집행해서 대충 허접한 초청 공연, 경연작 올려놓고 거창 국제 연극제 이름 말아 먹을거면, 하지말아라.
그건 당신들이 생각하는 &#039;군민&#039;들을 위한 행동이 절대 아니다.
작년이 아주 볼만하셨지.
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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