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코앞에 두고 거창국제연극제가 26일 군의회에서 지원액 5억 원이 전액 삭감됨으로써 연극제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다시 드러냈다. 지난해 거창군과 그동안 행사를 주최해 오던 (사)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의 갈등으로 연극제가 파행을 빚은 이후 최근 단체장이 바뀌면서 다시 진흥회 주최로 연극제가 일원화하던 상황에서 나온 일이다.

진흥회는 구인모 군수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을 믿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대대적인 홍보도 펼쳐졌다. 그러나 군의회는 의회 승인이 나기도 전에 진흥회 측이 논의도 없이 연극제 홍보에 나선 것을 불만스러워했다. 일종의 괘씸죄일 수 있지만, 2016년 군의회에서 거창군의 연극제 직접 개최를 조건으로 예산이 승인됐던 것을 고려하면 진흥회에 대한 군의회의 불신도 반영된 듯하다. 행사 개최를 둘러싼 어이없는 파행은 올해 30년을 맞는 경남의 대표적인 축제로서 거창국제연극제의 허실을 점검해 봐야 할 필요를 느끼게 한다.

관료 출신의 비전문가나 비리 전력의 인물이 대표를 맡기도 했고, 경비 집행의 문제로 담당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일도 있었다. 진흥회가 경남예총 회장 재직 당시 업무상횡령으로 벌금형을 받은 이종일 씨를 대표로 추대한 것이나, 일부나마 보조금 집행 문제가 드러난 일은 공신력에 스스로 흠집을 낸 것이다.

급기야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축제평가단에서 F등급을 받고 국비 4억 원이 삭감되면서 연극제는 쇠락했고 거창군과 진흥회의 대립도 격해졌다. 보조금 집행의 불투명함을 이유로 지난해 거창군이 거창문화재단을 출범시켜 연극제를 따로 개최한 것은 극한으로 치달은 갈등을 말해준다. 그러나 예산만 끊는 것을 넘어 기존 연극제와 똑같은 것을 개최한 거창군도 지나친 관료주의를 범한 것이다.

이 점에서 거창국제연극제가 진흥회 주최의 연극제로 다시 돌아간 것은 문제 해결로는 부족하다. 세금이 투입되는 민간행사의 투명한 운영과, 지원은 하되 민간 주도 행사에 간섭하지 않는 자치단체의 태도는 여전한 과제이다. 경남 대표 연극제가 다시 도약하려면 이 두 가지를 분명히 이루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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