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지사가 선택한 첫 인사 성격은 안정적 도정 운영에 무게중심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례에 비춰 인사 폭은 크지 않았고 별다른 조직개편도 없었다. 취임 직후 언급했던 도정의 연속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물로 받아들여진다. 대표적 적폐로 관심을 받았던 재정점검과와 식수댐개발계도 태풍을 비껴갔다. 재정점검과는 홍준표 전 지사가 자신이 의도했든 않았든 그것과는 별개로 채무제로라는 전시성 치적쌓기를 위해 만든 기구다. 공익자금을 축소·통폐합하거나 꼭 필요한 예산마저 동결하는 방법으로 재정건전성 수치를 억지로 짜맞췄다는 의심은 이제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식수댐개발계는 강변여과수를 생산하는 등의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지리산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는 개발계획에 주력함으로써 반발을 샀던 부서다.

그 두 기구가 행정수요나 주민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 지역 최고 권력자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존재 이유가 연관됐던 점을 고려하면 의외다. 성급한 혁신이 또 다른 불통을 낳을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적폐를 척결하기보다 되레 누적되는 결과를 부를지도 모른다는 신중함은 지나친 기우다. 김 지사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수위까지 합하면 2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셈이다. 전 도정과의 차별화를 구체화하는데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도 조직 구조개편과 인적 쇄신에 대한 구상과 추진은 6개월 이후로 미뤄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랬다는 평범한 격언마저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의아심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느린 속력으로 민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손짓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일하게 남북교류협력TF팀을 복원함으로써 그나마 다른 면모를 보이기는 했지만 미흡할 뿐이다. 구체제를 답습한듯한 첫 인사는 신선감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쾌도난마의 기개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그동안 저질러진 도와 산하 공공기관들의 일탈과 부조리에 대한 책임 문제도 거론되지 않았다. 사상 처음 진보정당 도지사를 탄생시켜준 도민들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아직 기회는 많다. 임기 초기가 변화를 불러들이기에 가장 적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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