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업 기반 장기비전·제조업 경쟁력 강화 목표
지역 차원 넘어서는 화려한 인사들 속속 집결…노동·고용 전문가는 없어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경남경제살리기 첫 단추로 야심 차게 출범시킨 '경남경제혁신추진위원회'. 도지사 직속인 위원회 면면은 역대 급이다. 경제계에서는 산업별로 학계·현장 목소리를 균형감 있게 전달할 이들로 무난하게 꾸렸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19명 위원 중 고용·노동 문제를 지적할 전문가나 노동계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이 때문인지 "'노동 4.0'은 속 뺀 채 '인더스트리 4.0'만을 외치는 한국 4차 산업혁명 전도사들 주장과 많이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려한 면면 = 경남경제혁신추진위는 지난 16일 출범 당시 경남의 경제혁신 추진, 장기비전 수립,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사실상 김경수 도정의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위원장은 방문규 전 기획재정부 제2 차관, 부위원장(경제부지사)은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이 각각 맡았다. 중견 자동차부품사(센트랄) 대표이사인 강태룡 경남경총 회장, 철강업(신화철강)을 하는 정현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회장, 벤처기업을 대변할 서영옥 전 경남벤처기업협회장(화인테크놀로지 대표), 소상공인을 대변할 임진태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 항공산업을 다룰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ICT 산업 현실을 말할 김효중 경남ICT협회장과 유남현 경남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조선해양플랜트·기자재 산업을 다룰 나영우 경남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 이사장과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등이 산업별로 포진했다. 여기에 경남경제정책과 산업정책, 기업지원정책 브레인인 경남발전연구원장(송부용 원장 직무대리)과 경남테크노파크 원장(조유섭 원장 직무대리)도 참여한다. 경제·산업 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참가해 지역 차원을 넘어설 정도로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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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경남경제혁신위 1차 회의에 앞서 김경수 도지사와 방문규 혁신위원장을 포함한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도

◇고용·노동은 경제정책 밑그림 단계에선 배제? = 이런 구성에도 곧바로 드러나는 한 가지는 고용·노동 문제를 언급할 위원이 없다는 점이다. 출범 당시 김 지사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모델'을 예로 들며 "기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실제 일하는 노동자 삶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연구, 경남도민 삶의 질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경제혁신 추진위에서 (노동문제까지) 논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후 노사정 대화 틀을 가지고 디지털 4.0 시대에 걸맞은 노동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며 노동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나 관련 전문가들은 김경수 도정이 고용이나 노동 분야를 강조하지만 실제 그 역할은 보완적 존재 혹은 분배 문제에만 국한한 존재로 여기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문상환 금속노조 경남지부 정책교육부장은 "조선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듯이 노동자는 논의 단계에서 늘 배제된다. 노동계는 경제정책 혹은 구조조정 방향이 정해지고서 사후 문제만 논의하는 존재에 머문다"며 "이 추진위가 김경수 도정의 경제 분야 총괄 기획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데, 밑그림 그리기 단계에서 노동계 인사는 둘째 치고라도 고용 문제를 짚을 전문가 한 명도 없다. 현 도정이 노동과 고용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드러낸 단적인 예가 아닌지 출범 초기부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 기획 패러다임 변화 필요" = 고용 문제 전문가인 심상완 창원대 교수(사회학과)는 "김경수 도정이 초기 단계라서 이 추진위가 어떤 역할을 할지, 김 지사가 강조한 노동전담조직과 확대된 노사민정 협의체가 이 추진위와 어떤 협치 형태를 갖출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우려되는 점은 분명히 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심 교수는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교본처럼 불리는 '인더스트리 4.0'을 펼 때 독일 정부는 '노동 4.0' 정책과 함께 펴며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고용, 인력 재배치, 현장 재교육 문제를 동시에 논의했다"며 "이 추진위가 출범 때 밝힌 역할을 실제 한다면 경제정책을 기획하는 단계, 즉 큰 틀의 밑그림 그리기 단계에서는 고용·노동 분야를 배제하되 분배 차원의 문제, 혹은 고용 문제가 생기고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할 때 노동 조직이나 관련 분야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겠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어 심 교수는 "최소한 '새로운 경남'을 내세우고 전면적인 경제 혁신을 하려면 기획 단계에서 고용·노동 문제를 고려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계도 이제는 '새로운 (지역)경제 만들기' 혹은 '경제 혁신'을 어떻게 할지 요구하고 이를 정책 형태로 제시하는 노력을 해야 관이나 상대방이 협상 파트너로 인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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