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강원도로 전훈
오후 훈련, 새벽에 소화
영화 보며 스트레스 해소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숨이 막히는 날씨이지만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불볕더위와 싸우며 하루를 나는 이들이 많다. 자신 목표를 실현하고자 트랙 위에서, 강에서, 경기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운동선수들도 그중 하나다. 가까이는 다음 달, 멀게는 10월 전국체전을 위해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여름을 나고 있다.

9월 대회 출전을 앞둔 창원시청 육상팀은 다음 달 비교적 시원한 강원도 태백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로 했다. 끊임없이 뛰고 넘어야 하는 육상 종목 특성상 실외로 나가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곳을 찾자'는 생각에서 고지대 전지훈련을 택했다.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늘'을 찾아 훈련하고 있다. 구영진 창원시청 육상팀 감독은 "우선 햇볕만이라도 피하자는 생각으로 창원종합운동장 2층 스탠드석 쪽에 마련된 타탄 트랙을 이용 중"이라며 "실내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다른 보조 운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 스케줄도 조정했다. 지난해까지 오전·오후로 나눠 진행한 훈련을 오전에 몰아서 하는 것. 몸 푸는 시간을 줄여 선수 체력을 아끼기 위함이다. 구 감독은 "요즘 같은 폭염에는 선수 체력이 경기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폭염에 신음하는 목소리는 강에서도 나온다. 9월 대회 출전을 준비 중인 김해월산중 카누부 선수들도 방학기간 더위와 싸움을 하고 있다. 안지은 월산중 카누부 코치는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수상훈련은 오전, 1시간 내로 마무리하고 있다"며 "그 외에는 실내에서 기구를 이용해 수상 훈련을 대신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새로운 골칫거리까지 생겼다. 안 코치는 "폭염도 모자라 녹조와 전쟁까지 치르고 있다"며 "강 표면 열기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다"고 밝혔다.

육상부터 수영, 펜싱까지 치르는 '근대5종'은 어떨까. 유승찬 경남근대5종연맹 전무이사는 "오후에 하던 육상 훈련을 새벽 6시로 앞당겼다. 그럼에도 정말 덥다"며 "오후에는 수영과 펜싱 훈련을 실내에서 하고 있다. 훈련량은 많지만 실내 훈련이 선수들에게는 선물일 정도"라고 말했다.

유 전무 말처럼 실외보다는 낫지만 실내 종목 선수도 불볕더위가 괴롭긴 마찬가지다. 움직임이 많은 복싱·핸드볼이 한 예. 김호상 마산대 복싱부 감독은 "한낮 더위를 피하고자 오후 훈련시간을 조금 늦췄다. 훈련 내용 역시 복싱 기술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훈련 즐거움도 높이려 하고 있다"며 "몸 풀기를 병행하는 새벽 훈련을 축구 시합으로 대체한다거나 수요일 저녁에는 다 함께 영화를 보는 등 더위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를 낮추려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경남체고 핸드볼부은 '훈련 장소'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에어컨이 갖춰진 경남체고 체육관 훈련이 전자라면, 선풍기 3~4대에 의존해야 하는 다른 체육관 훈련 일정은 폭염과 싸움까지 덧붙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장소에 따라 오후 훈련 일정을 더하거나 뺀다. 이근미 경남체고 핸드볼부 코치는 "훈련 내용도 체력보다는 전술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탈진 등 선수들 체력 저하에 특히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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