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의 5일장이 오늘 여의도 국회의사당 영결식을 끝으로 엄수되고 고인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영원의 길을 떠났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그의 희생이 경남도민이나 창원시민에게 던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지역이 배출한 국회의원이라서가 아니다. 민주화선언 이후 창원이 전국 노동운동의 메카가 되기까지 선봉장으로서, 혹은 길잡이로서 혹은 투쟁가로서 몸을 아끼지 않았던 뜨거운 열정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제 영정 앞에서 치러진 추모문화제에는 분향소를 찾았던 조문객뿐만 아니라 시민 다수가 자리를 같이해 살아생전 쏟아냈던 촌철살인의 해학을 동영상으로 지켜보며 넋을 기렸다.

그는 떠났지만 정신마저 떠난 것은 아니다. 평소 굽힐 줄 몰랐던 정치적 이념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숙제로 되살아나고 있다. 특권 없는 국회 만들기는 그중의 으뜸이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모든 특권의식과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정치판이 바뀔 것이라던 사자후는 되새겨 들어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누가 있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그게 애석하다. 국회의원 자신 스스로 이익을 버리는 결단 없이는 도달할 수 없는 언덕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제도개혁 역시 울림은 큰 사안이지만 미완의 장기 과제로 표류할 공산이 커졌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일 그가 잠시 부끄러움을 참아내어 죽음의 유혹을 뿌리쳤다면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다. 아니 확실히 그 가능성의 확률이 높다.

하지만 뭐니해도 고인의 인간됨은 진보정치의 선구자요, 노동대중과의 친구됨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인권 신장을 위한 소수자의 편에 섰고 약자층 권익향상에는 언제나 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던 그다. 특활비를 거부하며 양심 가진 정치인의 모범을 보인 것도 그다. 오늘 한줌의 재로 산화되는 무상함 속에 오히려 부러질 줄 모르는 기개를 엿볼 수 있는 까닭이다. 무슨 말로 명복을 빌고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는지는 오로지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요, 책임일 것이다. 할말은 하고 산 그의 정치역정에 찬사를 보내며 영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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