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세대 거치며 축적·전승된 지식
책·교과서 등은 주위의 고마운 거인

최근 하동향교에서 주관하는 진로인성교육 강사로서 관내 중·고등학교를 방문했다. 향교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인 만큼 '미래사회', '공자', '대학의 인재상' 등을 키워드로 강연을 준비하기로 했다.

먼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다'라는 메타포(metaphor)에 주목했다. 이것은 과학자 뉴턴(Isaac Newton)이 사용함으로써 유명해진 은유다.

그는 근대과학혁명을 완성한 위대한 과학자였지만, 자신이 거둔 연구 성과는 결코 자기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라 선배 과학자들이 쌓아 올린 훌륭한 업적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노라고 고백했던 것이다.

이처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가면서 이룩한 '누진적 진보'는 비단 자연과학 분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문, 사회 각 분야에서도 그 사례는 도처에 있다. 또, 그 주역들인 '거인'들 또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거인'이라면 공자님만한 분이 어디 또 있겠는가? 그래서 공자님의 말씀으로부터 강연을 시작하기로 했다. 공자님은 '미래(future)를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라는 물음에 대해 "Study the past if you would define the future"라는 탁월한 답을 주셨다. 그야말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이요, 연암 박지원이 실천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아닐까?

그렇다면, 오늘날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갈 중·고등학생들에게 '거인의 어깨'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 청소년들이 IoT, AI, 로봇 등이 중심이 된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수많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기 위한 그 첫걸음은 바로 모든 교과의 교과서에 실려 있는 내용들을 충실히 익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으로, 국내외 이공계 유명대학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미래인재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많은 대학에서 창의성(Creativity)과 함께 의사소통(Communication), 참여(Commitment), 배려(Care)를 특히 강조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기여(Contribution), 상호협력(Cooperation), 도전(Challenger), 융합(Convergence) 등 '알파벳 C'로 시작되는 단어들이 주로 눈에 띈다.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하동향교의 진로인성교육은 '미묘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공자·후지와라 교장)',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아이작 뉴턴)', '인성이 바로 실력이다(조벽 교수)', '스스로 금을 긋지 마라(김성근 감독)', '더불어 사는 세상-나눔과 배려로 함께 성장하자(나팔꽃 덩굴의 지혜)', '배워서 남 주자(IBM 강성권 박사)', '천재와 싸워 이기는 방법(만화가 이현세)' 등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애석하게도 오늘 우리는 '거인' 한 분을 잃었다. 스스로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책망하면서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한 그의 방식대로 책임을 지고 떠났다. 이렇게 추상같은 자기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정치인 중에 이렇게 양심적이고 깨끗한 영혼을 지닌 '거인'이 또 있었을까를 생각하니 너무나 아쉽고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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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전설이 되어버린 고인의 안타까운 선택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 큰 울림에 이젠 우리 모두가 답할 차례다. 또, 그의 정신은 누군가에게 든든한 '거인의 어깨'가 되어 영원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 그래야지!", '당은 계속 아껴 달라!'는 그의 마지막 당부가 귓전을 맴돈다. 이렇게 또 한 사람, '바보'가 되어버린 그가 그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오세현 전 경남과학고 교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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