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 활성화를 위한 엄마의 제안
아이와 함께 편하게 쉴 곳 없어

늘어지게 자고 싶은 주말, 아침부터 다섯 살 딸이 놀이터 가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아무리 폭염이라도 밖에서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막기 힘들다. 손을 잡고 나서본다. 하지만 도착한 동네 놀이터는 마치 불구덩이 같다. 바닥에 깔린 우레탄은 뙤약볕에 익어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고, 철봉은 손만 대도 델 것처럼 뜨겁다. 둘 다 모자를 쓰고 중무장을 했지만, 그늘 한 점 없는 놀이터는 도무지 놀 수 없는 곳이다.

땀을 뻘뻘 흘리는 딸에게 "덥지? 집에 가자" 꼬셔보지만 어림도 없다. 곧장 미끄럼틀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중요한 건 스피드! 즐거운 하강을 꿈꾸며 미끄럼틀에 엉덩이를 댄 순간, 인상이 팍 구겨진다. 후다닥 달려가니 햇빛에 반사돼 번쩍이는 미끄럼틀은 손만 대도 뜨겁다. 화상 안 입은 게 다행이다 싶다. 결국 10분도 못 놀고 시원한 대형마트를 찾아 나섰다. 거기가 천국이었다.

놀이터를 만든 사람들은 한 시간이라도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 놀아봤을까? 작은 벤치 하나 없는 곳이 수두룩하고, 갑자기 내리는 비를 막아줄 데도 없다. 게다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과 구성! 안전을 생각한다는 이유로 깔린 우레탄도 끔찍하다. 도내 학교 운동장에서는 위해하다는 이유로 사라진 우레탄이 창원 곳곳의 놀이터에는 깔려있다. 쩍쩍 갈라진 바닥은 물론이요, 작열하는 햇빛에 이글거리는 우레탄을 보고 있으면 당장 놀이터를 떠나고 싶다. 한번은 창원시 도시계획과에 놀이터에 깔린 우레탄 바닥을 없애 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우레탄이 안전기준에 미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우레탄 바닥을 선호하는 시민들도 많다는 것이다. '놀다가 흙바닥에서 무릎 좀 다치면 어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넘어져도 크게 까지지 않는 우레탄이 좋다'라는 사람들의 의견이 공존한다는 뜻이었다. 한숨이 나왔다.

여름은 특히 아이들이 놀 데가 없다. 키즈카페, 미술관, 워터파크…. 모두 다 돈을 내야만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이다. 지역 맘 카페에는 휴일이면 "오늘 어디 가세요?"라는 질문이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최근에 핫한 곳을 꼽자면 마산 '지혜의 바다 도서관'이다. 얼마나 핫하냐면 '지혜의 바다 주변 맛집 정리' 글에 댓글이 백 개가 넘게 달렸다. 떠들어도 되는 도서관, 레고 방 있는 도서관. 아이들이 놀기 좋게 디자인된 도서관에 아이와 부모가 모두 열광하는 것이다. 놀다 보면 배가 고프니 근처 식당을 찾기 마련이고, 덕분에 소계시장이 흥하고 있다.

창원시는 몇 년째, 구도심 재생에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산 창동.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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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공놀이터 조성을 제안한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놀이터들이 늘어나고 있다. 3호까지 생긴 순천 기적의 놀이터는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도 크지만, 주말에는 다른 지역에서 구경 올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공공놀이터가 생긴 창동을 상상해보자. 아이들의 손을 잡은 어른들이 창동을 찾는다. 놀이터에서 실컷 놀다가 배가 고프면 자연스레 근처 식당 또는 카페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소화시킬 겸 골목을 돌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상점을 들르게 되지 않을까? 가족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여가 코스다. 창동이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현재의 부흥으로 이어지려면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아이가 미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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