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이동속도 '변수'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 몸과 마음을 달래줄 '착한 태풍'이 한반도로 올까.

지난 6월 시작한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김해·밀양·양산·의령·합천지역은 지난 11일부터 26일까지 16일 연속해서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낮 최고기온이 창원 36.4도, 진주 37.1도, 함양 37도, 남해 36.7도를 기록하는 등 '찜통더위'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살인 더위'에 피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5일까지 발생한 도내 온열질환자는 223명이며,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오리·닭 등 가축은 5만 8604마리가 폐사했다.

이런 가운데 12호 태풍 '종다리'가 한반도로 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기상청은 25일 오전 3시 괌 북서쪽 약 1110㎞ 해상에서 열대저기압이 태풍 종다리로 발전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종다리는 26일 오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동남동쪽 약 1220㎞ 해상에서 동북동 쪽으로 이동 중이다.

무더위를 식혀준 '착한 태풍'은 지난 1994년 '왈트'가 대표적이다. 폭염에 가뭄이 겹쳤던 그해 6월부터 9월까지 '살인 더위'(폭염일수 33.3일)가 이어졌다. 당시 7월 내내 폭염이 이어지던 중 왈트가 남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비를 뿌린 덕분에 낮 최고기온이 20도대로 떨어져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종다리가 착한 태풍이 될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이동 속도다. 25일 밤 시속 6㎞, 26일 새벽과 아침에 각각 시속 5㎞, 3㎞ 정도로 북쪽으로 자리를 옮기던 태풍은 오후 3시 현재 시속 24㎞로 속도를 낸 상태지만 여전히 느리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강남영 사무관은 "이동 속도가 어느 수준은 돼야 예보 모델에 반영할 수 있는데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현 시점에서 진로를 예상하는 것은 (틀릴 가능성이 커)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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