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나누어진 상황서, 연이은 승리 장담할 수 없어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창원시 성산구,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이 별세하면서 내년 4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노 의원 사망소식이 알려진 날, 법정관리 중인 성동조선해양 한 노동자는 "이제 노동자를 위한 정치인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만큼 노 의원은 노동자에게 든든한 울타리였다.

성산구는 노동자가 많이 사는 곳이다. 노동계 처지에서는 성산구를 뺏기지 않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재탈환' 의지가 분명하다. 앞으로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결집'이다. '노동자를 위한 나라'를 표방하는 진보정당이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등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 표를 모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우선 나뉜 진보정당을 아우를 수 있는 후보를 세워, 후보와 발맞춰 공감대를 이끌어낼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경남본부는 성산구를 사수하기 위한 의지는 확고하지만, 당장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경남본부는 올해 6·13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오는 8월 16일 노동자선거대책본부, 이어 25일 진보정당까지 포함한 평가를 두 차례 진행하고 9월에는 정책대의원대회를 열어 2020년 총선 대책을 세워나갈 방침이다.

2010년 5월 19일 경남도청 앞에서 야권 단일 후보들이 '6·2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안석태 수석부본부장(정치위원장 겸임)은 "당장은 황망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으나 창원 성산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는 분명하다"며 "단일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노선이다. 그동안 단일화를 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역사적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창원지역 역대 선거를 보면 노동계 역할이 컸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창원지역 2만 3000여 조합원 총투표를 제안해 노회찬-손석형 민중당(당시 민중의 꿈)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 냈다. 그 결과 노 의원은 6만 1897표(51.5%)를 얻어 강기윤(4만 8336표·40.12%) 새누리당 후보와 이재환(9949표·8.27%) 국민의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17·18대 권영길 전 국회의원을 잇는 노동자 후보가 창원 성산을 재탈환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울산과 거제를 잇는 창원에서 진보정당 국회의원 당선은 영남권 진보벨트 위상을 되찾은 것이었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을 지낸 권 전 의원은 창원 성산(당시 창원시 을)에 모두 3차례 출마해 재선했다. 노동자 표심이 큰 역할을 했다. 17대 총선 당시 삼미특수강 정리해고자 100여 명이 노동자 후보 당선을 위해 지역 아파트를 돌며 주차차량 먼지를 닦으면서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평일에는 월차·조퇴·연차를 낸 노동자들이, 휴일에는 '정치실현단' 수백 명이 거리에 나서 선거운동에 나섰다.

또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노총이 시민단체와 힘을 모아 야권단일화를 주도했으며, 그 결과 경남에서 처음으로 무소속 김두관 도지사가 당선했다. 특히 야권 공동지방정부 합의와 정책협약도 이끌어 냈다. 당시 도의회, 시·군의회에도 진보정당 후보들이 대거 진출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분열을 거치면서 이전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동계 내부도 분열했고,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지원하는 민주노총 정치방침도 예전만큼 관철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9대 총선이다. 당시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가 4만 6924표(43.83%),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가 7630표(7.12%)를 얻었고, 5만 2502표(49.04%)를 받은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에게 의원직을 내 준 바 있다.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은 사실상 참패했다. 김성대 경남본부 정책기획국장은 "6·13 지방선거는 촛불 바람 탄 민주당 세가 워낙 강했고, 진보정당이 나뉘어 있어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오는 보궐선거에서는 반드시 노동자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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