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없는 창원 성산구 미래는
'정책 해결사 노회찬' 빈자리…진보 진영 분열 우려
시민 열망하는 참정치 실현으로 존재감 잃지 않아야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고 노회찬 국회의원이 정의당 당원에게 남긴 유서지만 당원들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때문에 남은 이들에게 큰 깨달음과 울림을 주고 있다. 고인의 부재는 그의 지역구인 창원 성산구에도 큰 숙제를 남겼다.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의 산실이라 불리어 온 창원시 성산구. 노회찬(정의당) 의원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지역구가 빈자리로 남게 됐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사회,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진전과 실현을 위해 힘을 쏟았던' 노 의원의 공백이 너무나 커 보인다. 노 의원의 비보가 갑자기 전해졌고, 노 의원의 재선 도전 가능성도 컸던 만큼 '포스트 노회찬' 전망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2016년 4월 9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에서 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이날 권영길(왼쪽 셋째) 전 의원을 비롯해 후보 단일화에 동참한 당시 허성무 민주당 후보(현 창원시장)와 손석형 민중당(당시 민중의 꿈) 후보가 손을 잡고 지원유세를 펼쳤다. /경남도민일보 DB

정의당 경남도당과 민중당 경남도당 등 이른바 진보진영은 일단 "지금은 차기 후보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상중(喪中)이라는, 황망한 상황에서 선거 이야기를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이른 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 정가에서는 노 의원이 떠난 자리, 노동운동·진보정당의 산실인 성산구를 누가 이을 것인지 암중모색이 시작됐다.

정치적인 상황은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에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정파 간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손석형 전 도의원과 민주노총 단일화, 허성무 전 더불어민주당 창원성산구지역위원장과 후보 단일화를 거치고 나서야 4·13총선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노회찬이라는 진보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른바 'NL(민족해방)', 'PD(민중민주)' 양 진영을 아우를 인물이 나올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당은 노회찬 정신계승을 위해서라도 성산구를 포기할 수 없고, 민중당으로서도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험난한 단일화 과정이 점쳐진다.

진보 진영 분열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효과'를 등에 업은 민주당에서도 '친 노동' 후보를 낼 수 있다. 다소 하락세이긴 하지만 현재 60%가 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6·13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성산구를 차지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창원 성산구 내 도의원과 시의원은 대부분 민주당이 차지했다. 도의원 3선에 도전했던 여영국 정의당 도당 위원장도 원성일 민주당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성산구에서 진보 진영은 노창섭(정의당·창원시 마선거구) 의원이 유일하게 당선됐다.

'지리멸렬'한 듯 보이지만, 조직력이 살아 있는 자유한국당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진보진영이 '진보정치 1번지' 성산을 지키고 이어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노회찬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생각보다 많은 시민이 노 의원을 추모하고자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념을 떠나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삶과 모습이 진정 '참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갈증을 없앤 측면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성산을 잇기 위한 진보진영의 출발점은 바로 '노회찬 현상'을 분석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