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지사 치적 부서 존치…"유의미한 사무 유지·신중하게 다룰 예정"

김경수 도지사가 적폐로 규정했던 업무를 추진하고 있거나 현 정부 방침과 배치되는 조직 직제에 위치해 있는 도청 내 소관부서가 당분간은 존속될 전망이다.

김 지사가 홍준표 전 지사의 채무제로 정책이나 불통 행정 등을 적폐로 규정하고 '새로운 경남'을 선언했던 만큼, 이번 정기인사 때 기존 도청 조직에 과감한 수술칼을 댈 것으로 예상했으나 조직 개편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폭 인사이동만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행정 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기존 불통 행정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신중한 대처라는 설명도 내놓고 있다.

김 지사가 단행할 첫 인사를 앞두고 구설에 오르는 부서는 기획조정실 산하 '재정점검과'와 재난안전건설본부(수자원정책과) 산하 '식수댐개발계'다.

'재정점검과'는 홍준표 전 지사가 '채무 제로' 정책과 기존 민자사업 자본 재구조화 등에 속도를 내고자 신설한 조직이다.

홍 전 지사는 재임시기 '채무 제로'를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홍보해 왔으며, 재정점검과에서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평가 기준을 통해 시·군 보조사업과 민간지원 보조사업을 삭감하는 업무 등에 매달렸다.

하지만 김경수 지사 인수위는 "비정상적인 재정 운영"이라고 규정했으며 "결과적으로 경남의 잠재 성장동력을 약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아무튼 '채무 제로'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은 일 수 있겠으나, 김 지사 인수위가 홍 전 지사의 대표적 적폐로 '채무 제로'를 꼽아놓고도 그 정책을 추진하던 조직은 그대로 남겨놓은 모양새가 됐다.

'식수댐개발계'는 조직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경남 곳곳에 중소규모 식수댐을 건설하고자 역시 홍 전 지사가 신설한 조직이다.

특히 홍 전 지사는 기존 환경 부서에서 담당하던 식수 정책 업무를 '건설국' 산하로 이동시키면서 '식수댐 개발'에 의욕을 불태웠다.

홍 전 지사가 추진한 식수댐 개발 정책은 '남강댐 물 부산공급'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지리산댐 개발 계획과도 연동된다. 이는 '낙동강 수질 개선을 통한 안정적인 식수 공급' 주장을 펼치는 환경단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정부가 '물관리 일원화'를 천명하면서 기존 국토부와 환경부가 나눠서 처리했던 물 정책을 환경부가 담당하게 됐다는 점과도 배치된다.

이는 해당 조직의 존치 여부를 떠나 '식수댐개발계'를 환경산림국 산하가 아닌 재난안전건설본부 산하에 그대로 두는 게 부적절하다는 진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청의 한 관계자는 "홍 전 지사가 취임 한 달도 안 돼 조직개편을 단행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기도 하다"며 "꼭 필요한 조직 개편 절차를 거칠 필요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홍 전 지사의 조직 개편에 대해 불통 행정이라는 비판이 도청 안팎에서 제기되었던 만큼 신중하게 조직개편 작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뒤따르고 있다.

김경수 지사 측 한 관계자는 "단순히 한 부서의 존속 여부가 아닌 도청 조직 전체를 합리적으로 재편하는 문제인 만큼 조직개편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자칫 적폐청산에 집중하다가 불통 행정이라는 우를 범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명희진 정무특보는 재정점검과와 식수댐개발계와 관련해 "기존에 추진했던 유의미한 사무는 그대로 유지 시킬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조직 개편 문제를 신중하게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지사의 도청 조직개편안은 올해 말께 가시화될 전망이다.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역시 '국회 모델'을 염두에 둔 대규모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도청과 도의회에 대대적인 변화 물결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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