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의회서 추경 예산 전액 삭감, 거창연극제 한 달 이상 미뤄질 듯
사실상 올해 연극제 무산 우려도

개막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올해 거창국제연극제 일정에 큰 차질이 생겼다. 거창군의회 임시회에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극제를 준비하는 (사)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는 일단 행사를 한 달 정도 미룰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연극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이고, 참가 극단 일정을 다시 조율해야 하는 등 파문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몇 년째 파행이 이어지며 경남 대표 연극 축제로서의 위상에도 큰 손실을 보게 됐다.

거창군의회는 26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제23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2018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을 의결했다. 거창국제연극제 지원 명목으로 거창군이 예산안에 추가한 5억 원은 삭감됐다. 군의회는 이에 앞서 24일 제1차 총무위원회와 25일 제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 항목을 전액 삭감했다. 군의원들은 (사)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쪽에서 아직 의회 예산 승인 절차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거창국제연극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것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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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거창군청 앞 로터리에서 본 거창국제연극제 홍보탑과 가로등 배너 홍보물./이서후 기자

진흥회는 지난 6일 자로 '드디어 민관의 앙상블로 제30회 거창국제연극제 정상적 개최'란 보도자료를 냈었다. 구인모 거창군수가 새로 취임하면서 그동안 갈등을 없애고 민관이 협력해 거창국제연극제를 열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이번 연극제는 30회째이니만큼 각별한 의미를 담아 준비했고, 8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몇 년 만에 다시 거창 수승대 일원에서 열린다고 강조했다. 이를 받아 일부 언론에서는 개최 사실을 확정해 보도하기도 했다.

구인모 군수 역시 취임 후 몇몇 언론 인터뷰를 통해 거창국제연극제 정상 개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에 따라 연극제 펼침막이 곳곳에 달리고, 홍보탑도 세워지는 등 거창군이 축제 분위기에 들어갔었다. 진흥회 쪽도 입장권 판매를 시작하는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개막식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거창군의회 임시회에서 군의원들은 이런 일들이 군의회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이뤄졌다며 불쾌해 했다. 진흥회 쪽이 예산 지원하겠다는 군수의 말만 믿고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연극제 예산 삭감은 일종의 괘씸죄에 걸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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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2시 (사)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이종일 회장(오른쪽)이 거창군의회 방청석에 앉아 임시회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의회는 연극제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추경 예산안을 의결했다./이서후 기자

거창국제연극제는 30여 년 역사를 지닌 경남 지역 대표 연극 축제며, 거창을 전국에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한 행사다. 1998년부터 거창군 보조금 지원을 받으며 국제 행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2016년부터 불투명한 예산 집행 논란이 불거지며 거창군과 진흥회가 따로 연극제를 여는 등 파행이 이어졌다. 그러다 이달 초 취임한 구인모 군수가 연극제 정상화 의지를 강하게 보이면서 희망이 보였으나 결국 오랜 불신을 극복하지 못했다.

진흥회 쪽에서는 연극제를 한 달 연기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거창군은 군의회에서 지원금을 삭감한 추경 예산안을 확정했기에 현재로서는 방법을 찾기가 마땅찮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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